‘서학개미’ 매수 상위 리스트에 쟁쟁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스타트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로 양자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IONQ)’다.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가진 아이온큐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서학개미들은 아이온큐를 5448만 달러어치를 사들이며 단번에 순매수 5위로 끌어올렸다. 매수는 꾸준히 이어져 아이온큐는 올해 1월과 2월 순매수 각 17위(4348만 달러), 33위(1449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장일인 지난해 10월 1일 이후 올해 4월 20일까지 서학개미들은 아이온큐를 무려 4억 1748만 달러가량 사들였다. 아이온큐는 상장 이후 순매수 10위에 오르며 테슬라·애플·엔디비아의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으로 비교하면 아이온큐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체감할 수 있다. 아이온큐보다 한 계단 아래, 순매수 11위를 차지한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의 시총은 21일 기준 326억 달러(약 40조 3596억 원)다. 반면 아이온큐의 시총은 약 1억 9370만 달러로 약 2조 3963억 원 정도다. 시총은 20배 이상 차이나는 반면 순매수는 오히려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온큐는 지난해 10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초의 순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이라는 것과 함께 국내에서는 한국인이 설립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앞서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공동 설립한 아이온큐는 스팩(SPAC)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아이온큐는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명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높게 산 덕분이다. 무엇보다 아이온큐의 경쟁력은 상온 기술에 있다. 기존의 양자컴퓨터는 영하 273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만 가동할 수 있어 거대한 냉각 장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아이온큐는 전자기장으로 이온을 잡아두는 ‘이온트랩’ 기술을 활용해 경쟁사인 IBM·구글과 차별화를 둔 상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에 있다. 지난해 김 교수는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시간이 지나면 이온 방식이 승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미국의 3대 클라우드 회사가 아이온큐 양자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는 이론적으로 우주에 있는 원자보다도 더 많은 계산을 순식간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신약 개발, 금융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컴퓨터 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어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50년 전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이 2600억 달러(약 318조 11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온큐는 급성장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1100만 달러, 내년 1800만 달러, 내후년 4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210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에만 약 5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월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으로 전기차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던 아이온큐는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골든만삭스를 비롯해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 등과도 제휴를 맺어 화제를 모았다.
다만 아이온큐는 오로지 ‘미래’만을 보고 투자하는 기업이다. 현재 적자 기업으로 상용화에 따른 수익 창출이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아이온큐는 지난해 1억 620만 달러의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내년까지도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지난해 11월 35.90달러까지 주가가 치솟았던 아이온큐는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다만 현재는 연초 대비 40% 이상 하락한 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저점 매수가 유효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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