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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차질 최악 막자" 인상 수용…기본형 건축비도 뛸 듯

[표준건축비 6년만에 오른다]

■ 정부 15% 인상안 검토

건축비 6년 동결에 민간사업자 외면

2년간 민간임대 年2만 가구 공급

정부 확보 부지의 절반 수준 그쳐

최근 자재비 폭등에 곳곳 공사 중단

인플레 감수하며 비용인상 추진





정부가 6년 만에 표준건축비를 인상하기로 한 것은 결국 주택 공급 때문이다. 건설자재값이 급등하면서 많은 사업장에서 사업을 중지하거나 미루는 등 공급 차질이 생기자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정 부분 감수하고서라도 최악은 막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수요자가 살고 싶은 곳에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는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방향을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정부는 임기 5년간 총 50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현재의 표준건축비를 계속 적용할 경우 이런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부터 매년 4만 가구 규모의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 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입주자를 모집한 민간임대주택은 최근 2년간 연간 2만 가구 안팎에 그쳤다. 현실과 동떨어진 표준건축비로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업계 요구를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표준건축비의 경우 임대료 및 분양 전환 가격 이외에도 청년주택 등 공공 매입 임대주택 가격과도 연동돼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전체 가구의 일정 비중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매입 가격을 표준건축비에 땅값을 더한 값으로 계산한다. 현재 아파트 중층 기준(전용면적 60㎡ 이하) 표준건축비가 1㎡당 101만 94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민간 사업자가 지은 전용 60㎡ 아파트를 표준건축비 6100만 원 정도에 땅값을 더해 사들이는 셈이다. 일반적인 분양주택에 적용되는 건축비인 기본형 건축비가 현재 182만 9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공공에서 실제 공사비의 절반 수준으로 임대주택을 매입해 가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및 지자체에서 매입하는 가격은 민간 분양 공사비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해놓고 분양주택과 맞먹는 품질의 임대주택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예전에야 별도 임대 동을 질 낮은 건설자재로 짓는 꼼수로 단가를 맞췄지만 지금은 일반 분양 동에서 임의로 임대주택을 빼고 있는 만큼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또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할 때 사업자는 주택도시기금을 일정 부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도 표준건축비와 연동돼 있다. 즉 표준건축비가 인상되면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지원받는 금액도 커진다. 임대주택 사업자로서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물가다. 이미 민간 분양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과 9월 정기 고시되는데 정부는 별도의 수시 고시를 통해 기본형 건축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교통부에서 3월에도 기본형 건축비를 2.64% 인상했지만 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사 현장은 건설자재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각 지역의 골조 공사 업체들은 원청사(건설사)에 원자재값 인상분을 반영한 계약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약금 조정 범위를 둘러싼 양측의 협의가 결렬되면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으며 공급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한 건축비 현실화와 인플레이션 자극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어찌 됐든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자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인상 조치가 현실화되면)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및 분양 전환 가격, 민간 주택 분양 가격 등이 올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최종 인상 폭은 더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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