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6년 5% 인상 이후 줄곧 동결해온 표준건축비를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의 요인으로 철근 가격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뛰는 등 건설자재 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정부가 건설 업계의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조치는 재개발·재건축 시 공공 기여 임대주택을 되팔 때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를 올려 서민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려는 자구책 성격이 짙지만 임대료·분양가 등에 반영돼 서민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민간 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돼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표준형 건축비를 6년 만에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인상 폭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표준형 건축비를 15% 내외 올릴 것을 기재부에 건의했다. 건설 업계는 매년 꾸준하게 표준건축비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서민 주거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논의를 미뤄왔다. 마지막 인상 시기는 5%를 올렸던 2016년이었다.
정부의 방향 전환은 업계의 표준건축비 현실화 요구를 외면하면 임대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는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크게 불어나는데 표준건축비는 제자리다 보니 임대주택 사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시행사·건설사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동안 총 25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가운데 연평균 10만 가구, 총 50만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차기 정부의 복안이다. 국토부 업무 계획에 따르면 올해 공공임대 신규 공급 목표도 14만 7000가구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표준건축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주택 용지를 분양받고도 사업에 나서지 않는 시행사가 많고 건설이 진행되는 단지도 자재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에 신경을 쓰고 있어 표준건축비 인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