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상품 위해 뭉친 트렌드 정예부대
“이름이 ‘스팸에그 버거’인데, 스팸보다 양배추 양념 맛이 더 강해요.”
“도시락에 고기가 많다 보니 장아찌 같은 새콤한 반찬이 추가됐으면 좋겠어요.”
인천 검암동의 한 식품 공장 회의실. 이달 말 출시를 앞둔 GS 25의 신제품 시식회가 한창이다. 주저 없이, 솔직하게 내리 꽂는 평가에 상품 개발 담당자들의 얼굴에는 이따금 당혹스러운 표정이 번지기도 한다. 담당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깐깐한 입’의 주인공은 ‘GS25 MD 서포터즈’. 히트 상품 개발을 위해 올 초 사내 영업 관리자 중 선발한 15인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90년대 생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월 1회 신상품 시식·품평, 최신 유행 공유, 아이디어 회의 등을 진행한다. 한번 모이면 5시간 이상 진행되는 월례 만남을 위해 지방에서 KTX 첫차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다.
맛있으면 끝? 이름부터 가심비까지 꼼꼼하게
이날 서포터 11명과 GS 25 상품개발전략팀 6인, 프레시푸드(FF)팀 2인 등 총 20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신제품으로 준비 중인 도시락과 햄버거, 스낵랩 제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서포터들은 각 상품을 먹어가며 그 자리에서 모바일을 통한 익명 평가를 진행한다. 이 과정이 끝난 뒤엔 그 자리에서 바로 평가 결과를 취합, 상품의 수정·보완에 대한 전체 토론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권민재씨는 “단순히 맛만 있어선 안 된다”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 네이밍부터 가심비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진다”고 강조했다. 임선화씨도 “20~30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것인지, 기존 음식의 단순 변형은 아닌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라며 “평소 편의점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냉동 간편식을 먹어보며 제품 평가 때 참고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포터즈는 월마다 일정 금액을 지원 받아 음식을 포함해 다양한 트렌드를 직접 체험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이들의 경험이 신제품 개발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개발팀이 주목하는 ‘입’…실제 제품 개발·수정 반영
평가는 냉정했다. 이날 시식대에 오른 ‘스팸에그버거’는 결국 깐깐한 입을 통과하지 못했다. 개발팀이 당초 생각한 가격은 4000원이었지만, 서포터즈는 적정 가격대로 1000~2000원을 꼽았다. 맛 구성도 7점 만점에 5점을 못 넘겼다. 개발팀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출시) 재검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여러분의 의견을 잘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포터즈의 벽(?)을 넘지 못한 제품들은 수정·보완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GS25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의 시그니처 상품인 ‘크림듬뿍계란카스테라’도 최초 기획된 상품명은 ‘계란카스테라’ 였으나 실제 빵에 가득 든 크림을 강조하는 것이 상품의 가치를 더욱 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해 이름을 바꿨다. 수정·보완으로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출시 자체를 취소한다. 김보혜씨는 “제시한 의견이 제품에 반영된다는 게 뿌듯하다”며 “서포터즈 활동이 현장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개월 앞서 계절 메뉴 회의…창의적인 ‘딴길 새기’ 활발
이날 회의에서는 시식 외에도 ‘아이디어 붐업’이라는 이름의 팀 미션도 진행됐다. 무작위로 선정한 원재료에 대해 팀원 간 창의력을 발휘해 ‘판매 가능한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날 아이디어 붐업의 재료는 전복·토마토·옥수수로 2~3명씩 하나의 재료를 정해 상품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다수가 토마토를 선택한 가운데 토마토맛 맥주에서 시작한 상품의 범위는 캐첩 모양의 치약, 토마토 국수, 숙취해소제 등으로 뻗어나갔다. 흥미롭게 조별 발표를 지켜본 개발팀원은 “나온 의견을 가공하지 않고 MD팀에 전달하겠다”며 “2주 안으로 피드백을 받고, (좋은 아이디어는) 상품 개발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이날 일정은 오후 3시를 넘겨 마무리됐다. 매달 편의점 매대에 오르는 수많은 신상품에는 이처럼 치열한 누군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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