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용 후판 가격을 둘러싼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의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강 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사들은 제조원가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당장 실적에 타격을 입는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철강 업체들과 조선사들은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통상 이들 업계의 가격 협상은 1년에 두 차례 진행된다. 지난해 상·하반기 협상 과정에서는 각각 톤당 10만 원, 40만 원가량 후판 가격이 인상됐다. 당시 상반기 협상이 4월 초 마무리된 점에 비춰볼 때 올해 협상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협상에서 철강 업계는 올해도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초 톤당 125.18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 152.06달러로 21.5% 올랐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톤당 520달러를 넘기며 1년 새 5배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
후판 가격 인상폭에 따라 당장 실적에 영향을 받는 조선 업계도 “올해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협상에서도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후판 가격을 올렸다는 점을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운다. 각 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조선 업체들의 후판 가격은 한국조선해양 112만 1000원, 삼성중공업 120만 9000원, 대우조선해양 108만 5091원 등이었다. 지난해부터 조선사들의 해외 수주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지만 실제 건조 후 대금을 받기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린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원가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이 오른 만큼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계의 수주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이전까지 수주 가뭄이 이어진 데다 후판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지난해도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했다”며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이달 중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 업계와 달리 자동차 업계와 철강 업계의 자동차용 강판 가격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철강 업체들은 현대자동차·기아와 상반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톤당 15만 원가량 인상하는 선에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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