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주 굴기’나 각국의 우주산업 발전(뉴스페이스)을 보면 15~16세기 대항해 시대 같지 않습니까. 우리는 목적지와 출발 시기를 정하지 못한 채 선장도 안 보이고 사공끼리 갑론을박하는 형국인데요.” (허환일 충남대 교수)
“대선 공약으로 ‘항공우주청’을 만든다고 했지만 범부처와 연구개발(R&D) 기관을 아우르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참 답답합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법의 정기국회(9~12월) 통과를 목표로 삼으면서 과학기술, 경제·산업, 국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우주 컨트롤타워’ 어젠다가 실종돼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크다. 기술 패권 시대 과학기술 중심 혁신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과학기술부총리나 대통령실 과학수석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주 전담 기구는 아예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소위 우주청으로 표현되는 우주 전담 기구를 두자는 제안은 미국·중국·유럽·일본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 우주 R&D와 뉴스페이스, 국방 강화, 국제 우주 협력의 첩경이기 때문이다. 각 부처와 R&D 기관들이 높은 칸막이로 각개약진하는 형국에 민군까지 아우르는 통합 비전과 추진 전략, 실행 방안을 세우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 지금처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닌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에 우주 전담 기구를 두고 민관군을 통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나 인수위와 차기 정부에서 이런 방향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지금은 항공우주청의 성격이나 권한·책임·조직 등 핵심 내용이 빠진 채 입지를 놓고 경남 사천·창원이냐, 대전이냐 하는 지역이기주의만 표출되는 모양새다. 물밑에서는 부처 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도 여전하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우주 전담 기구의 틀과 관련해 공무원 순환 보직에 따른 전문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학기술·산업·국방·외교·국토교통·기상·해양 등 범부처를 조정하며 국제 우주 협력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주개발 기업에 대해 R&D 과제 참여가 아닌 조달 방식의 계약과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의 안형준 박사는 “구호성이나 상징적 의미의 우주청만 얘기할 게 아니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우주 전담 기구를 신설하기 위한 방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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