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권사 해외 현지법인의 이익 규모가 늘었지만 실속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전체 순이익의 3분의 2 가까이를 차지하며 ‘쏠림 현상’이 심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13개 증권사가 둔 현지법인 69곳을 대상으로 재무·손익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62.3% 증가한 3억590만 달러(약 3627억원)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총 14개국에 현지법인 55개, 사무소 14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7개국에서 위탁·인수 수수료수익 등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는 홍콩이 1억2640만 달러로 가장 컸으며 베트남이 8280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도 4120만 달러로 수익성이 두드러졌으며 인도(2740만 달러), 태국(1360만 달러), 인도네시아(1300만 달러)에서도 성과를 냈다.
아시아 지역은 국내 증권사들이 총 54개의 점포(현지법인·사무소 포함)를 두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증권업이 활발하게 진출한 곳이다. 금감원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홍콩뿐 아니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등 6개국에서는 적자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에서 총 5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가장 컸다. 우리나라 증권사 현지법인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영업제한, 판관비 증가 등으로 적자가 발생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호실적의 과실을 따먹은 것은 일부 대형 증권사에 불과했다. 상위 5개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은 세전순이익 2444억 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005940)이 487억 원으로 뒤를 이었고, 한국투자증권(293억 원), KB증권(113억 원), 삼성증권(016360)(17억 원) 순이었다. 세전임을 고려하더라도 미래에셋증권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 안방보험과의 분쟁과 코로나19 사태에도 꾸준히 글로벌 자기자본 투자에 나선 덕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 현지법인의 자산 총계는 전년보다 47.9% 줄어든 258억 6000만 달러(약 30조 7000억 원)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13.3% 증가해 74억 6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을 지난 만큼 해외 사업 전열을 가다듬으며 ‘내실 다지기’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회사를 중심으로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비대면 마케팅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추진 중”이라며 “증권사의 해외 진출시 발생할 애로사항괴 건의사항 등을 청취하고 적극 지원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등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등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