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정책대출금리도 연 4%를 넘어섰다. 내 집 마련에 드는 비용이 커지며 청년·신혼부부 등의 시름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발품을 팔아도 과거와 같은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 상품인 적격대출 고정금리는 5월 기준 연 4.4%로 이달 대비 0.45%포인트 인상된다. 2017년 금리 고정형 적격대출이 출시된 후 4%를 돌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들어 적격대출 고정금리는 매달 가파르게 올라 넉 달 만에 1%포인트나 뛰었다.
서민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인 주금공의 보금자리론 금리도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다음 달 신청분부터 ‘u-보금자리론’은 4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10%(10년)~4.40%(40년)의 금리가 적용된다. 전자 약정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0.1%포인트 아낄 수 있는 ‘아낌e-보금자리론’도 연 4.00%(10년)~4.30%(40년)로 기간을 불문하고 4%대로 책정됐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4%대를 넘어서는 것은 2014년 6월 이후 7년 11개월 만이다.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금리가 뛰는 것은 채권금리가 ‘발작’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금리는 국고채 5년 만기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국채 5년물은 1월 3일 2.080%에서 이달 22일 3.219%로 1%포인트 이상 치솟았으며 최근 미국의 통화 긴축 우려에 변동성이 더 커졌다. 주금공 관계자는 “3월과 4월 두 달간 국고채 5년물 금리가 80bp 이상 올라 보금자리론 재원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금리 조정이 불가피했지만 서민·실수요자의 고통 분담을 위해 금리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책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과거와 같은 오픈런은 사라졌다. 실제로 올 1월 적격대출 고정금리는 연 3.4%에 불과해 판매와 거의 동시에 마감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은행마다 한도가 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격대출은 은행·보험사가 분기마다 주금공으로부터 공급 물량을 배분받아 판매하는데 주요 취급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은 22일 기준 1000억 원 중 509억 원의 한도가 남아 있다. 하나은행은 21일까지 2500억 원 중 630억 원을 소진해 잔여량이 1870억 원가량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변동금리 하단과 적격대출 고정금리 간 차이가 꽤 벌어졌다”면서 “고객들이 좀 더 면밀히 유불리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2일 기준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고정형이 연 3.97~6.39%, 변동형은 연 3.42~5.35%였다.
정책대출마저 4%대에 올라서게 되면서 시중은행의 금리 수준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에서 4% 이상~5% 미만 비중은 무려 31.5%였다. 불과 1년 전인 2021년 2월만 해도 4%대는 2.5%에 그쳤으나 1년 사이 3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실수요자라면 달라진 여건에 맞춰 눈높이를 새로 설정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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