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상북도 김천시에 위치한 코오롱플라스틱 공장에 들어서자 입구에 나란히 선 3대의 메탄올 저장 탱크(사진)가 눈에 들어왔다. 각종 설비들이 내뿜는 바람과 소음은 2만평의 부지를 가득 메웠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이곳에서 연간 15만톤 규모의 폴리옥시메틸렌(POM)을 생산하고 있다.
POM은 강도, 내열성, 친환경성이 뛰어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자동차 안전벨트·배터리 모듈·프린터 및 냉장고 부품 등에 사용되는 소재다. 코오롱플라스틱은 1997년 김천에 POM 공장을 완공해 이듬해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저장 탱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4미터 높이에 이르는 대형 설비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기본 원료인 메탄올에 산화반응을 시켜 농축·정제·회수 공정이 진행된다. 이 공정을 마치면 실내에 위치한 중합동에서 중합기를 이용해 액체 상태의 물질을 고체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쌀알 모양의 POM이 생산된다.
기초 원료인 메탄올에서 최종 POM이 생산되기까지 다양한 원료가 첨가돼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만 현장에선 어떠한 악취도 나지 않았다. 김종문 코오롱플라스틱 생산본부장은 “청결한 관리와 세밀한 프로세스 기술이 경쟁사 대비 차별화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POM은 양산 기술 개발이 까다로운 탓에 코오롱플라스틱은 10년간 불안정한 운전과 경쟁사 대비 낮은 품질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10년간 새로운 공정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한 결과 독자적인 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김 본부장은 “기본 설비가 모두 갖춰진 공장에서 POM을 생산한 해외 경쟁사들과 달리 코오롱플라스틱은 셋업부터 설계, 설비 구성, 엔지니어링 등 모든 과정을 자체 기술로 구축하다보니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뛰어난 수준의 운영과 관리 능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화학 기업인 독일의 바스프가 코오롱플라스틱과 합작사를 설립한 이유도 독자적인 POM 공정 기술에 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2015년 바스프와 50대 50의 동등한 지분을 갖고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을 설립했다. 김천 공장에는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의 생산 라인이 코오롱플라스틱의 단독 라인과 마주보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세계 POM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코오롱플라스틱도 두차례 증설 과정을 거쳤다. 김천 공장에서 생산하는 연간 15만톤의 POM은 세계 4위 규모이며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세계 1위다. 그럼에도 전 세계 145만톤에 달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코오롱플라스틱은 새로운 생산라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될 수준으로 증설 준비는 마쳤다”며 “시장 호황이 지속되고 충분히 수익이 날 수 있는 시기를 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부가 시장에서 POM의 활용처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의료용품, 식음료 등 고부가 시장에서 친환경 자원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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