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가 한국 연구개발(R&D) 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장비 기술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연매출 17조원 규모 반도체 장비 회사가 국내 반도체 업체와 R&D 협업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면서 반도체 장비 공급망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램리서치는 26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R&D 센터인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 개관식을 열고 공식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3만㎡ 규모의 이 센터는 램리서치의 첨단 반도체 장비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 얇은 막을 균일하게 쌓는 증착 등 반도체 핵심 공정 장비 개발이 이뤄진다.
KTC의 연구 공간(클린룸)에는 램리서치의 다양한 장비가 자리하고 있다. 회로를 빠르고, 깊게 깎아내는 고선택비 식각 장비와 원자 단위로 균일하게 층을 쌓는 원자층증착(ALD) 장비가 연구개발용으로 쓰이고 있다. 특정 영역에만 막을 씌울 수 있는 선택적 증착 장비 등 아직 시장 출시 전인 장비도 이곳에서 개발이 진행된다. 연구 공간 증설 계획도 있다. 램리서치코리아 사무실도 이곳에 위치해 시너지를 도모한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이 레지스트 기술도 국내 협력사와 연구할 가능성이 있다.
KTC 운영을 총괄하는 새생크 데시무크 센터장은 “국내 고객사가 이곳을 방문해서 장비 개발을 긴밀히 협업하거나 웨이퍼를 맡길 수 있다”고 밝혔다.
램리서치가 용인에 새로운 연구 거점을 설립한 이유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이들의 핵심 고객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램리서치에게 한국은 상당히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1분기 회사 매출의 24%가 한국에서 나왔을 만큼 최첨단 반도체 공정 라인을 가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구매력은 중국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극심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 중국, 대만 등 세계 반도체 주요국에서 반도체 수요 부족으로 생산 라인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라인 증설을 위한 장비 확보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램리서치가 국내에 R&D 거점을 마련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업을 늘리면 장비 맞춤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기술 개발 비용 절감은 물론 국내 부품 공급망 확대, 장비 납입 기간 감소에도 도움을 주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날 서울경제와 만난 팀 아처 램리서치 CEO는 “램리서치에서 가장 발전된 기술이 KTC에 있기 때문에 근거리 협업이 용이하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께 첫 성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개관식에는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곽노정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SK하이닉스 사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등 반도체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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