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70원마저 돌파하면서 원화 가치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 통화 긴축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대내외 악재로 불안 심리가 가중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300원선을 뚫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도 20년 만에 달러당 130엔이 깨졌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원 30전 오른 1272원 50전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한 것으로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3월 19일(1285원 70전)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안정을 위해 1년 5개월 만에 공식 회의체를 통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두 달 넘게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초긴축 통화 정책과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커지는 것이 원화 투매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BOJ)이 이날 금리 동결과 함께 통화 완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10년 만기 국채 무제한 매입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엔·달러 환율은 당장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30엔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과 중국의 봉쇄 조치 장기화가 현실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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