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억 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이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 한도는 2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9개 손해보험사가 공동 인수한 금융기관종합보험(BBB·Banker's Blanket Bond)에 가입했다. BBB보험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횡령이나 도난, 사기, 운반 중 사고, 위·변조 등에 따른 손해보상 보험으로, 단독 인수보다는 주로 여러 보험사들이 공동 인수해 총 보상 한도는 2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9개사가 쪼개서 인수한 만큼 개별 보험사의 보상으로 인한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우리은행은 보험사에 보상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거액의 금융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는 만큼 보험을 가입할 때 보상 한도를 낮게 설정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회사에서 횡령 등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 만큼 BBB보험의 손해율은 일반 종합 보험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다.
2004년 우리카드 직원의 4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우리카드를 합병한 우리은행이 금융 사고 피해 보상을 위한 BBB보험을 가입했었지만 보험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보험 가입 회사가 우리카드가 아니라 우리은행인 데다 우리은행이 다른 회사를 합병할 때는 이 사실을 보험사에 통보해야 한다는 보험약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사건당 보상 한도는 20억 원 수준이었다.
한편 우리은행 직원 A 씨는 2012∼2018년 세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약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 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A 씨의 계좌를 통해 자금 흐름을 파악하던 중 횡령금 일부가 A 씨 동생의 사업 자금으로 흘러간 단서를 포착해 전날 A 씨의 동생을 체포했고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됐다. A 씨의 친동생 B 씨는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형과의 공모 혐의, 돈의 출처 등에 대한 질문에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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