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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구도 소비자도 좋아하는 진짜 '친환경'

송주희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 한 달간 받은 보도 자료에 유독 많이 등장한 단어가 있으니 바로 ‘환경’이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전후해 유통 업계에서는 저마다의 ‘환경 보호 노력’을 담은 다양한 활동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다. 한 배송 업체는 배달용 종이 상자의 재활용 수익금을 활용해 숲을 조성했고, 어떤 백화점은 재활용 및 생분해 가능한 종이컵을 전국 매장에 도입한다고 했다. 임직원의 쓰레기 줍기, 배달 업체들의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등의 소식도 나왔다. 메일함에 쌓이는 자료를 보며 ‘이대로만 된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산과 소비·폐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산업 특성상 유통 기업의 성장이 지구에 마냥 친절할 수는 없다. 당장 슈퍼에 가서 샴푸 한 통을 사더라도 플라스틱 용기와 브랜드를 상징하는 포장지, 구매시 받은 봉투가 쌓이지 않던가. 이에 소비자도, 기업도 저마다의 속도로 ‘익숙했던 것으로부터의 변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책임을, 소비자는 ‘착한 소비’ ‘가치 소비’라는 이름으로 책임 있는 지출에 나서는 경향이 확산하는 것이다.



유통 업계의 친환경 행보 초기만 해도 소위 ‘눈 가리고 아웅’ 같은 인상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비닐이든 종이든 봉투 사용을 줄이자며 일회용품에 버금가는 엄청난 양의 에코백을 찍어낸다거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한다면서 한정판 상품이나 굿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데도 친환경인 ‘척’하는 일명 ‘그린워싱(greenwashing)’이었다.

물론 최근 받은 자료 중에도 에코백 증정 행사, 텀블러 기획전 앞에 ‘친환경’ 수식어를 붙인 경우가 여전히 존재하기는 했다. 그러나 ‘(물건을) 판다’가 대전제요, ‘(환경을) 지킨다’는 포장에 불과한 주객전도도 이제 조금씩 자취를 감춰가는 듯하다. 다수의 기업은 긴 호흡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택배 업체와 용기 제작 업체, 자원 개발 업체가 다 쓴 화장품 용기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자원 순환 생태계’ 구축에 나섰고, 대형 e커머스 업체는 매일 도로를 달리는 배송 차량을 탄소 배출 없는 전기차로 교체하기 위한 개발 작업을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 감소를 위해 사내 식당에 잔반 줄이기용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곳도 눈길을 끌었다.

이제 기업도, 소비자도 안다. ‘보여주기 식 친환경’이 지구에도, 가치 소비에도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올해 받아든 유통 업계의 ‘환경 보호 보도 자료’에서는 뜬구름 잡는 구호와 보여주기 식 마케팅이 아닌 공감되고 기대되는 노력이 눈에 들어왔다. 서서히 무르익어갈 그 결과물을 생각하며 기업들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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