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카카오의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쓰는 등 맥을 추지 못하면서 동학개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주에 대한 동학개미의 사랑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커졌다. 손해를 보더라도 막연한 희망에 ‘삼성전자 평단 낮추기 작전’을 벌여왔던 개미들의 투자 패턴은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만 살펴봐도 이러한 패턴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개미들은 4월 한 달간 4조 5231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7만 전자’를 회복하기는커녕 이 기간 주가가 3% 넘게 하락했지만 개미들은 다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순매수 2위에 오른 네이버는 상황이 더욱 처참하다. 긴축 강화 공포에 더해 1분기 실적 쇼크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15% 넘게 빠졌지만 개미들은 오히려 8330억 원어치를 추가로 담았다.
개미들이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실적 전망이 좋아서’라는 이유는 아닌 듯하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공포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대외 리스크의 대표 피해자가 됐다.
단지 가격이 싸졌다는 이유로 반등할 일만 남았다는 막연한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개미들은 ‘평단 낮추기 투자 방식’으로 큰 손해를 봐왔다. ‘10만 전자’를 기대하고 8만 원대에 삼성전자를 사들인 개미들은 7만 원대로 주가가 낮아지자 주가는 현재 바닥이며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추가로 매수했다. 올해 바닥보다 더 깊은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인 점은 분명하다. 정보력으로 무장한 투기 세력, 공매도를 비롯한 불리한 제도가 개미들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개미들은 가치보다 가격을 보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주가가 바닥이라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주식계좌를 갉아먹지는 않는지 본인의 투자법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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