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후드 니트와 체크 무늬 재킷, 신발 뒤축이 없는 블로퍼. 카드사는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조금 더 유연하다지만 조좌진(사진) 롯데카드 대표는 여느 금융사 대표와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달 25일 롯데카드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의 첫인상은 편하고 트렌디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흔히 보기 힘든 아이맥이 놓여 있고 특이한 소품도 눈길을 끌었다. 남다른 디테일이 돋보였다. 조 대표는 “원래 예쁜 것을 좋아하고 스스로를 트렌디한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회사를 경영하든 차별화(differentiation)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데 롯데카드에서도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가 롯데카드가 최근 내놓은 ‘로카(LOCA) 시리즈’는 자꾸 꺼내보게 되는 카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 대표는 2020년 3월 롯데카드로 오기 전 현대카드에 몸담았다. 당시에도 그가 집중한 부분은 ‘남들과 다른 것’이었다. 그는 “2003년 현대카드 마케팅총괄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항상 고민했던 것이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카드 마케팅을 하고 회사의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였다”며 “M카드 출시와 알파벳 마케팅도 ‘남들과 철저히 다르게 하기’의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카드에서도 남들과 다른 방식을 주문했다. ‘우리만의 롯데카드’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한 노력을 토대로 로카 시리즈가 탄생했다. 롯데카드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고 할 로카 시리즈는 2020년 8월 출시한 지 1년 만에 1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올 1월 말에는 150만 장을 넘어섰다. 롯데카드가 역대 출시한 메인 시리즈 상품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난 경우다. 로카 시리즈는 ‘세트카드’라는 개념을 도입한 상품이다. 세트카드는 고객이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 2장(범용 카드 1장, 맞춤형 카드 1장)만 선택해 이용하면 실적을 알아서 합산해주고 두 카드 중 하나만 이용해도 더 큰 혜택을 롯데카드가 알아서 계산해 적용해준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고민이 필요 없는’ 카드로 불리기도 했다. 로카 시리즈의 히트는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414억 원으로 전년(1307억 원)대비 84.6% 증가했다.
조 대표는 더 나아가 올해 초 디지털 회사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초개인화 기반의 ‘큐레이팅디지털컴퍼니(Curating Digital Company)’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디지로카(Digi-LOCA)’ 브랜드를 새롭게 내세웠다. 조 대표는 “롯데카드의 자산은 카드가 아니라 고객을 잘 알게 됐다는 것”이라며 “신용카드라는 레거시 사업에 머물지 않고 그간 쌓은 고객 결제 정보, 데이터 분석 역량, 롯데그룹의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먼저’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개인 자산이나 금융 상품뿐 아니라 그들의 쇼핑·즐김·여행 등을 포괄하는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일방적 나열 방식이 아니라 각 개인의 특성과 라이프 단계에 맞는 ‘큐레이팅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애플리케이션 또한 1월 ‘디지로카앱’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하는 디지털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그동안 지불 수단으로서 고객의 선택 ‘뒤’에 존재했던 롯데카드였다면 이제는 그간 쌓은 데이터 기반의 큐레이팅을 선보이며 고객의 선택 ‘앞’에 서려고 한다”고 조 대표는 강조한다. 그는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롯데백화점 등 유통 채널이 있기 때문에 카드 고객이 롯데 계열 유통 채널에서 어떤 물품을 샀는지 액수와 함께 정확한 품목까지 알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고 봤다. 개인이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모바일 데이터와 신용카드 데이터만 있으면 되는데 롯데카드는 품목까지 알 수 있어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신용카드사들은 가지지 못한 롯데카드만의 가장 큰 장점은 롯데그룹과의 캡티브(captive) 파트너십”이라며 “롯데그룹의 유통 네트워크, 호텔 사업, 제과 및 푸드 사업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배타적 경쟁력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 대표는 현재 매각 이야기가 나오는 롯데카드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롯데카드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시장에 알려진 MBK 측의 롯데카드 매각 희망가는 3조 원 수준이다. 조 대표는 “카드사 라이선스를 받아 800만 회원(롯데카드 회원 수)을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 테고 롯데카드는 유통과 관련된 고객들이 특히 많아 강점이 크다”고 봤다. 이어 그는 “누가 롯데카드를 사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5조 원, 7조 원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그에게 해외에 롤모델로 삼을 만한 카드사가 있냐고 묻자 바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대한민국 신용카드사들은 글로벌 톱티어”라며 “전업 카드사가 있고 금융지주 내에서 은행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카드사들은 전 세계에 없다”고 했다. 카드사들이 엄청난 역량을 가졌지만 현재 카드사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 대표는 “협회나 국회에 말할 기회가 있으면 카드사를 더 규제하지 말고 돈을 더 벌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며 “그렇게 되면 카드사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카드사가 금융 산업 전체를 리딩하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가 데이터에 더 많이 투자하는 등 금융 이외의 것을 더 많이 해볼 수 있게 되고 이는 금융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조 대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는 “ESG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지만 ESG 경영이 피상적인 보여주기 식이면 안 된다”며 “‘로카스러운’ ESG 경영, 즉 롯데카드만의 진정성 있는 다양한 ESG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가 3월 ‘대한민국 국가대표 카드’를 선보인 것도 롯데카드만의 고민이 담긴 ESG 활동의 일환이었다. 그는 “올림픽을 할 때마다 국가대표들을 응원하는데 올림픽이 지나고 나면 잊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해 태극 마크를 단 분들을 올림픽이 지났어도 계속 응원하자는 차원에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카드’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발급되며 전월 실적과 관계 없이 1%의 엘포인트를 월 10만 포인트 한도로 적립해준다. 롯데백화점에서 VIP 서비스를 제공하며 롯데하이마트·롯데ON·롯데면세점 등 롯데 계열사 및 40여 개 브랜드 대상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또 롯데카드는 전체 카드 이용 금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마련해 스포츠 꿈나무 장학금 지원, 생활체육복지사업, 자선대회 등 스포츠 사업 발전 및 불우 가정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 등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캠페인도 구상하고 있다. 지역의 자원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로컬크리에이터(지역가치창업가)를 발굴, 육성하고 신인 작가, 발달 장애인 아티스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히든 아티스트에 대한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 지원, 친환경 브랜드 홍보 등 보다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한 활동을 선보일 계획이다.
“제가 정의하는 롯데카드란 ‘캐주얼한 품격’입니다. 롯데카드가 빠르게 변화를 습득하고 받아들이면서도 금융회사로서의 기본적인 격과 품위를 지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He is...
△1967년 부산 △부산 내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2002년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변화관리실장 △2005년 올리버와이먼 한국지사장 △2010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금융마케팅본부장·전략재경본부장 △2013년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 대표이사(사장) △2015년 JCMC(James Cho Management Consulting) 대표 △2020년~ 롯데카드 대표이사(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