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것은 예상 밖의 결과지만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첫 임상 결과를 공개한 후 기술성 평가를 다시 신청할 겁니다."
김건수(사진) 큐로셀 대표는 3일 “당분간 국제 무대에 차별화된 기술력을 알리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큐로셀은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거래소로부터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김 대표는 "CAR-T 세포치료제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본이 적고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이 도전하기에 적합한 분야"라며 “이같은 세포치료제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기존 기술성 평가 기준인 기술수출·글로벌 임상 잣대로만 평가 받은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조만간 공개할 임상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큐로셀은 다음달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유럽혈액학회(EHA 2022) 구두발표 세션에 초청 받았다. EHA는 혈액암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회다. 큐로셀은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CRC01'를 투여한 1상 임상 결과를 국제 무대에 처음 공개한다. 지난해 4월부터 임상을 총괄해 온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직접 발표를 맡는다. 김 대표는 “다음달에 임상 성과가 공개되면 기술력 진가를 인정 받을 것”이라며 “실력을 검증받고, 차근차근 기업가치를 높여 IPO에 재도전 하겠다”고 강조했다.
큐로셀은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CAR-T 치료후보물질 CRC01의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하며 업계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CRC01은 큐로셀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오비스(OVIS)'를 적용한 차세대 CAR-T 치료제다. 노바티스 '킴리아'와 동일하게 CD19 단백질을 타깃하지만, 면역관문수용체인 PD-1과 TIGIT의 발현을 동시에 억제해 항암 효과를 높였다. 지난해 8월 국제조혈모이식학회 발표에 따르면 세포 주입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1상 임상에서도 암환자 4명 중 3명에게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반응(CR)을 나타냈다. 임상 2상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5곳과 함께 약 90명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설립 이후 1000억 원 가량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 대전 둔곡지구에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국내 최대 규모의 CAR-T 치료제 생산용 GMP 공장과 연구소를 건설 중이다. 김 대표는 "임상 2상 결과를 기반으로 2024년 CRC01에 대해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자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기존 치료제보다 비용과 투여기간을 줄인 국산 CAR-T 치료제를 선보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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