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진출은 미래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주력 사업이었던 유통 부문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바이오·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려 사업 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다.
신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각자의 업에서 1위를 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고 올해 VCM에서는 “과거처럼 매출과 이익이 개선됐다고 만족하지 말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과감한 투자 의지로 롯데는 지난해만 100억 원 이상의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12건을 진행했다. 누적 금액만 1조 원이 넘는다.
롯데그룹이 신사업으로 공언한 세 가지 분야 중 헬스케어와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자본금 700억 원을 출자해 자회사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으며 차량 공유 업체 쏘카에 1832억 원을 들여 지분 13.9%를 취득하기도 했다.
바이오 사업은 초반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M&A와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롯데는 미국 의약품 위탁 생산(CMO) 공장 인수를 통해 산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 세계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으로서는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만큼 계열사별 M&A를 포함해 과감한 투자 활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이 4조 7724억 원을 넘으며 현금성 자산만 1조 3945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볼 때 빅딜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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