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치솟으면서 국내 정유주들이 상승세를 띠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정제 마진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된 정유 업계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당분간 계절적 요인 등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더욱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유 업계에 유리한 대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IL은 전 거래일보다 3500원(3.26%) 오른 11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S-OIL은 2월 22일 장 중 8만 500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우상향했다. GS(078930)칼텍스의 모회사인 GS의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2.14% 오르며 유가 급등세의 호재를 누렸다.
정유 업계는 원유를 정제하면서 마진을 얻는데 원유 수입 시점과 정제 시점에 시차가 생겨 유가가 오르면 실적이 성장한다. 기존 보유하던 원유 재고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고 판매하는 제품 단가가 오르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국제 유가는 EU가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로 전환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5.40달러(5.3%) 오른 배럴당 107.81달러를 기록했다. 5일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장 중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내 하방 압력이 커지며 배럴당 108.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당분간 유가 상방 요인이 하방 요인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 관련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유가의 상승을 제한했던 수요 둔화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데다 EU가 구체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서다. 중국 록다운 장기화, 달러화 강세 지속 등 유가를 낮추는 요인도 다수 존재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이 증산 규모를 키우지 않는 등 공급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여파에 더해 6월부터 여름철 미국 드라이빙 시즌으로 수요가 늘어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부족한데 해결될 여지는 없고 계절적 수요마저 늘어나면서 유가는 단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수요 둔화 우려가 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지만 당분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 국제 유가 거래에서 투기적 자금이 많이 빠져 있는 상황도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더욱 낮게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