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의 탄생이 임박했다. 지난달 29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GBP510)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승인되면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직접 개발해 동시에 보유한 세 번째 국가가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건 안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백신 주권' 강화에 한 발 내디딘 성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달 25일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방문해 "적어도 '돈이 없어서 개발을 못 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새 정부에서 백신 주권 확보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상대적으로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외의 다른 질병의 백신 개발에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단기간에 백신 주권의 중요성이 환기되긴 했지만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수적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가 발간한 '2021년 하반기 백신산업 최신 동향집'에 따르면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된 백신은 총 7건으로 그중 5건은 코로나19 백신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모두 외국계 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이다. 나머지 백신 2건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상포진바이러스백신 '싱그릭스주'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뉴모 프리필드실린지이다. 스카이뉴모는 자진 품목허가 취하 후 재허가 획득 백신이므로 사실상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해 신규 품목 허가된 백신은 전무했다.
2021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에 따르면, 국가예방접종 대상 백신의 자급률은 27%에 불과했다. 국내 유통 중인 국가예방접종 대상 백신 22종 가운데 국내 제조회사가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백신은 B형 간염, Td(파상풍, 디프테리아),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수두, 인플루엔자, 신증후군출혈열 등 6종이다. 국가 필수가 아닌 기타예방접종에서도 전체 8종 중 대상포진 백신만이 자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원액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하는 백신도 성인용 A형 간염 1종이며, 나머지 로타바이러스, 수막구균 백신 등은 전량 완제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 영향으로 국민의 백신 접종이 어려워져 보건 정책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11월 GSK의 백신 일부 품목이 국제공통기술문서 현행화 작업으로 품목 출하 정지에 들어가면서 일부 필수백신들의 국내 출하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우리 정부도 예산을 투입에 나섰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바이오벤처의 성공 사례인 모더나는 미국 정부에서 2013년 2500만 달러, 2016년 1억 2500만 달러 등을 투자하는 등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비교해 정부는 2020년에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신종감염병과 필수예방접종 백신의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등 연구단계 전 주기에 걸쳐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년부터 2029년까지 10년 간 국비 2151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를 통해 백신을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3대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선정해 향후 5년간 2조 2000억 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범정부적인 지원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정부 예산·행정 지원이 전복적으로 필요하다"며 “새 정부에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서 권한이 강한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백신 임상 시험은 총 11건 중 7건이 역시 코로나19 예방 백신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나머지 4건은 B형과 C형간염 예방백신, 수두와 수막구균 예방백신 각각 1건이었다. 차백신연구소(261780), 유바이오로직스(206650), 진원생명과학, 녹십자(006280) 등 4개 국내 기업이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차백신연구소는 국내 필수 백신인 B형 간염 예방 백신 업그레이드에 도전한다. 현재 상용화된 2세대 B형 간염 백신은 80% 이상에서 예방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으나, 백신 접종 후에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무반응자도 5~15% 나타나는 한계가 있다. 차백신연구소가 개발 중인 3세대 B형 간염 백신인 ‘CVI-HBV-002’는 차백신연구소가 독자 개발한 면역증강제를 활용해 국내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플랫폼 기술인 ‘접합백신’ 제조기술을 활용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들이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수막구균 접합백신은 성인은 물론 소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백신 시장은 물론 유니세프(UNICEF) 등 글로벌 공공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진원생명과학은 C형 간염 백신을 개발 중이다. C형 간염은 치료제는 있지만 유전자 변이가 심해 현재까지는 상용화된 예방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자체 보유한 DNA백신 기술을 활용해 현재까지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C형 간염 예방백신 시장 개척에 나선다.
녹십자는 수두생바이러스백신인 '배리셀라주'의 면역원성 및 안전성 관련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수두박스 1회 접종 이력이 있는 만 4세에서 만 6세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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