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클릭에 대해서도 광고비를 내라는 건 과하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달 말 론칭한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를 두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게클릭은 ‘클릭당 광고’(CPC, Cost per Click) 상품으로, 앱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하기만 하면 건당 200~600원의 광고비가 차감됩니다. 사실 CPC 광고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당근마켓 등 국내 주요 e커머스 플랫폼들이 운영하는 광고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새로울 건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주문 여부에 관계없이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하기만 하면 광고비가 부과된다는 사실에 입접 업체들의 불만이 거셉니다. 이들은 “과도한 광고 상품은 출혈 경쟁만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의 도입을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외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배민 측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게클릭’은 가게를 고객에게 더 많이 노출하고 싶은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부가 상품입니다. 이 광고를 이용하면 메인 홈, 검색 홈, 검색결과, 카테고리 홈 등 더 많은 배민 앱 화면에 가게를 홍보할 수 있죠. 하지만 ‘오픈리스트’ 광고 상품을 이용하는 입점 업체만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추가 광고비를 부담하고서라도 이용자에게 가게를 더 노출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닌 거죠.
배민에는 크게 두 개의 광고 상품이 있습니다. 배민에서 음식 배달 주문을 받으려면 업체는 ‘오픈리스트’(정률제, 매출의 6.8% 부과)나 ‘울트라콜’(정액제, 부가세 포함 월 8만8000원)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액제 광고인 ‘울트라콜’만 이용하면 ‘우리가게클릭’ 광고를 쓸 수 없습니다. 가게 홍보를 더 하고 싶을 경우에는 ‘오픈리스트’에 추가 가입하거나 이용하는 광고 상품을 바꿔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배민은 왜 정액제 방식을 택한 입접 업체들은 ‘우리가게클릭’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한 걸까요?
정률제는 기본적으로 매출이 늘어날수록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익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정액제의 경우에는 매출이 늘어나도 플랫폼에 내는 비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입점 업체 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플랫폼은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입점 업체들 입장에서도 매출이 적을 때는 정률제를 택하겠지만,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정액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죠. 반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거래액과 주문 수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비용만 더 들어갈 뿐입니다. 이 때문에 배민 입장에서는 정률제 광고를 택한 입점 업체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정률제 광고를 택하도록 해야 했던 거죠.
오픈리스트 광고를 사용하는 입점 업체가 ‘우리가게클릭’을 추가로 이용하면 오픈리스트 광고 중에서도 첫 번째에 가게를 노출할 수 있고, 검색창 하단 ‘요즘 우리 동네 인기 맛집’ 중 첫 번째, 검색결과 목록 중 두 번째와 네 번째에도 가게를 추가 홍보할 수 있습니다. 이달 들어 배민은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이용 중인 업체들도 ‘우리가게클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오픈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정률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미칠 영향은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주요 플랫폼 업체들은 정률제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입점 업체가 플랫폼에 내야 할 광고비나 판매 수수료 등이 매출에 비례해서 책정되죠. 2년 전 배민은 정액제인 ‘울트라콜’ 중심에서 정률제 기반의 ‘오픈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했지만, 매출이 오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무산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액제 중심의 광고 운영 방식 탓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는커녕 그에 수반되는 운영 비용만 더 커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업계에서 일어나는 단건배달 경쟁으로 출혈은 더해만 갔죠.
실제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94% 늘어난 매출 2조 8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영업비용 역시 2배가량 늘어난 2조 844억 원으로, 오히려 영업손실을 봤습니다. 김봉진 의장이 일시적으로 직원 등에 지급한 주식 보상 비용(999억 원)이 인건비로 처리된 점을 고려해 흑자 전환(영업이익 243억 원)했다고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동네클릭' 도입을 두고 입점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배민은 이달 11일까지 우리가게클릭을 사전에 신청한 자영업자에 한해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시범 운영 기간 광고비 부담 없이 이 광고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 체감해보라는 겁니다. 우리동네클릭이라는 새로운 광고 정책을 통해 ‘정률제를 택한 입점 업체에게 더 많은 가게 홍보와 매출 증대의 기회를 주겠다’는 배민의 이 같은 결정이 과연 시범 운영 후 자영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