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차세대 디벨로퍼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디벨로퍼의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협회 차원에서 젊은 디벨로퍼 양성 과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김 회장은 “3기 신도시 이후 새롭게 무언가를 짓기 위해서는 기존 시가지를 허물 수밖에 없게 됐다”며 “복합·고밀화 시대가 오는 만큼 공간을 설계하는 디벨로퍼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수요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가 지난해 12월 1기 졸업생 32명을 배출한 ‘차세대 창조도시부동산융합 최고위과정(ARPY)’이 대표적이다. ARPY는 25~38세의 젊은 디벨로퍼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협회가 지난해 시작한 역점 사업 중 하나다. 12주 동안 진행되는 교육은 부동산개발·도시계획·프롭테크·인문사회학·금융경제학 분야 강의와 현장 학습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 과정에 ‘인문사회학’이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차세대 디벨로퍼들이 ‘상상력’을 갖춰야 한다는 김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그는 “신규 택지가 많던 시기에는 주어진 틀에서 효율적으로 건물을 올리는 게 중요해 건축과 공학 전공이 유리했지만 이젠 경영학·인류학·철학을 바탕으로 한 디벨로퍼가 필요한 시기”라며 “교육 과정에서 인문사회학을 다루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일례로 2016년 성남 서판교에서 분양에 성공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를 들었다. 그는 “처음 땅을 매입할 때 주변에서는 고구마 모양이라 안 된다고 만류했다”며 “‘수요자의 니즈’를 고민하며 가장자리 부분을 삼각형으로 설계하는 등 단지 평면을 20개로 쪼갰고 결국 인기리에 입주를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초창기 사업에 실패할 뻔한 경험을 회고하면서 디벨로퍼의 기본 덕목으로 사전 조사와 수요예측, 대외 변수를 읽는 능력도 강조했다. 그는 “시장 상황이 좋아 보인다고 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며 “2006년 들어간 경기 평택 용죽지구 도시개발사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가 났고 다른 사업장에서 번 돈을 쏟아부으며 13년이 지난 2019년에야 3개 단지를 모두 입주시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협회는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과 사회 공헌 의식도 교육하고 있다. 김 회장은 “디벨로퍼는 다양한 공간 상품을 통해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직업”이라며 “오늘날의 개발 사업은 과거보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졌고 사회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직업 윤리에 대한 교육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국민들의 공분을 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언급하며 “대장동 사업은 제대로 교육 받은 ‘디벨로퍼’ 없이 ‘브로커’만 있어 발생한 사태”라며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한 차세대 인재 양성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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