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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초과세수’ 믿고 추경 강행…물가 자극 악순환 빠지나

■한국만 ‘적자 국채’ 역주행

올 15조 세수 확대 예상한다지만

고물가에 부가세 더 걷히는 ‘착시’

지출 늘리면 인플레 기름 붓는 격

재정건전성 흔들려 위기 부를수도

“3차 추경 없다 시그널 줘야” 지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선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35조 원 안팎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히고 있는 정부의 초과 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올해 1~2월 국세 수입은 7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조 2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세입 경정을 실시해 이를 2차 추경의 재원으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해산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해 초과 세수 규모를 10조~15조 원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짜면서 정부 총수입이 553조 6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봤는데 이보다 최대 15조 원가량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올해 살림살이를 재편성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정부 수입이 ‘나쁜 초과 세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정부 세입은 경상성장률에 비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상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일종의 종합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 값을 더해 추산한다. 올해 우리 GDP 성장률이 3.1%(기재부 추산치)에서 2% 중후반대로 떨어질 게 확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대신 물가가 급등해 세수 증가를 견인하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물가가 오르면 여기에 연동되는 부가가치세가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올 2월 누적 부가세는 19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조 6000억 원이나 더 걷혔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급등하는 물가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이렇게 들어온 돈을 시중에 뿌려 물가를 더 자극하는 ‘초(超)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서민과 취약 계층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올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8%나 뛰어오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여기에 글로벌 원자재 공급난과 고환율까지 겹치며 물가상승률이 5%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여름 이후 물가 오름세가 지금보다 더 가팔라질 수 있다”며 “물가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지속적인 유동성 회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 세계가 긴축으로 선회해 위기 대응에 나선 반면 우리만 재정 역주행 차선에서 과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재정 건전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독일의 경우 올해 재정 지출을 4430억 유로(약 596조 원)로 제한해 전년 대비 19.1%나 줄였다. 정부 재정 지출이 줄면서 재정 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올해 재정 적자는 2021년 GDP 대비 7.25%에서 올해 3.25%까지 줄어들고 2025년에는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올해 재정 지출을 1% 줄이기로 했고 영국도 공공 부문 경상지출을 89억 파운드(약 14조 원·0.9%) 낮출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고채 금리는 10년물이 이달 초 연 3.406%까지 상승해 2014년 5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등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 국고채 수요가 줄어 발행 금리와 유통 금리가 모두 상승해 시중금리를 자극하게 된다.

그나마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적자 국채 발행 물량을 최소화한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정부는 초과 세수에 더해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3조 3000억 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2조 5000억 원 중 일부, 한국은행 잉여금 1조 4000억 원 등을 추경 재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적자 국채 규모가 10조 원은 넘기지 않아야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운용역은 “10조 원 내외 적자 국채 발행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수준”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더 이상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확실한 재정 준칙을 마련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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