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곳을 압수수색했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병원장 A씨가 경찰관, 보험사, 보험사 직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 강남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4년 8월 보험사기 혐의로 고발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할인되기 전 영수증을 발급해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했다는 보험사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신청서에 기재되지 않은 A씨의 실거주지를 파악해 압수수색에 나섰고, 보험회사 직원이 현장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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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씨는 검찰에서 사기, 허위진단서작성 등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A씨는 불법 영장 집행으로 병원 이미지가 훼손돼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1, 2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영장은 영장집행과정에서 경찰관이 아닌 자의 참여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경찰관이 아닌 자가 동행했다는 이유 만으로 영장집행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봤다.
또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참여자 기재는 필수 기재사항이 아닐 뿐더러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영장 집행은 원고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이유로 A씨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형식적으로나마 원고의 동의를 받고 압수수색을 했다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를 했다거나 이와 인과관계가 있는 원고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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