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은 아파트 직거래 10건 가운데 8건이 ‘하락 거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전 신고가 대비 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거래의 비중이 30%를 웃돌았고 단번에 가격이 40% 이상 폭락한 거래도 7%에 달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 폭이 큰 거래의 경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특이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당수 수요자들이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시세를 판단하는 만큼 이 같은 특이 거래가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서울경제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직거래 184건 가운데 지난해까지 비교 가능한 거래가 존재하고 전용 면적 59㎡ 이상인 거래 12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99건(81.8%)은 하락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직거래는 37건(30.6%), 40% 이상 떨어진 거래는 9건(7.4%)이었다. 이번 조사는 올해 발생한 직거래 가격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체결된 같은 주택형 중개 거래 최고가와 비교해 등락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 거래 대비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직거래에서는 절세를 목적으로 한 특이 거래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 8월 7억 3800만 원에 거래됐던 노원구 월계동 ‘월계주공 2단지’ 전용 59.97㎡는 올해 1월 무려 3억 3800만 원 하락한 4억 원에 직거래됐다. 등기부등본 조회 결과 이 거래의 매수자는 노원구에 있는 한 교회로, 교회 대표자 이름과 생년월일이 매도자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실거래가가 지난해 9월 17억 원에서 올해 3월 9억 6000만 원으로 43.5% 급락한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SK뷰’ 84.98㎡는 A 씨와 B 씨가 공동으로 소유하다 경기도 용인시 소재 한 법인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법인 등기 조회 결과 이 법인의 사내이사는 A 씨와, 감사는 B 씨와 성명 및 생년월일이 일치했다. 사내이사의 거주지는 신길동 보라배SK뷰 84.98㎡로, A 씨의 주소와 동·호수까지 같았다.
인근 공인중개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특수관계인 간의 비정상적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탈세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단번에 3억 원이 넘게 떨어진 거래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공인 대표 역시 “직거래의 구체적 경위는 알지 못하지만 정상적인 시세로 이뤄진 거래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는 주택 일부를 본인 소유 법인에 싸게 팔면 보유세·양도세 절감 효과가 커 편법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며 “기타 개인 간 직거래도 양도세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우 팀장은 이어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직거래는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걸러서 보겠지만 하락률이 크지 않은 사례의 경우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국토교통부 공식 통계에 등재되는 실거래가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관계 당국이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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