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인 시장에서 업비트의 질주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인 새 정부에서 여러 은행에서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13억 7565만 달러를 기록했다. 2위인 빗썸(4억 8910만 달러)의 세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부터 고팍스가 원화 마켓을 열었지만 여전히 업비트의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업비트 독점의 현 시장 구도를 깨려면 ‘1거래소-다(多)은행’ 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특정금융정보법상 원화로 암호화폐 거래를 하기 위해 거래소는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은행의 개수는 따로 제한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업비트의 독점 구도가 공고한데다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이 쉬운 케이뱅크와의 제휴 영향이 컸다”며 “기존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제휴를 맺을 수 있다면 고객 접점이 넓어지고 수수료 등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여전히 ‘불가’ 입장이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서는 ‘1거래소-1은행’ 체제가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법에 은행 숫자를 명시한 건 아니지만 자금세탁 방지의 취지를 고려할 때 여러 은행에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것은 안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에서 당국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내보이고 있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산업 활성화 논의가 진행됐을 정도로 이전 정부와는 달리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수위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기조라 장기적으로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들도 더 나오고 다수의 은행 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도 나올 수 있다”며 “대신 업계도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코인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하지 않은 다른 인터넷 은행의 존재도 업비트 독점 구도를 깰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제2의 ‘업비트-케이뱅크 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주요 거래소를 현장 방문하는 등 암호화폐 관련 스터디를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최근 “고객이 주요 자산으로 여기는 만큼 암호화폐를 어떻게 서비스, 비즈니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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