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에 전례 없는 성장 가도를 달렸던 기술주가 최근 분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의 기술주 부진이 일시적 조정인지, 본격적인 장기 침체의 신호인지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대표 기술주인 넷플릭스·메타(옛 페이스북)·아마존은 모두 올 들어 주가가 30% 이상 빠졌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평균 주가 하락률(-13%)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낙폭이다. 인베스코의 케빈 홀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며 “전례 없는 저금리가 이어졌던 팬데믹 기간 동안 기술주들이 비현실적으로 과대 평가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부진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팬데믹 기간에 성장한 사업 부문이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클라우드 사업이다. 1분기에 아마존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한 와중에도 클라우드 사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나 홀로 상승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매출도 전년 대비 46%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탄탄한 미국 고용 시장도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의 신규 일자리 수는 42만 8000개로 12개월 연속 신규 일자리가 40만 개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40년 만에 최고로 치닫는 인플레이션과 불확실성의 고조를 감안할 때 기술주의 본격적인 침체가 이제 시작됐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WSJ에 따르면 메타·애플·MS·알파벳의 총고용 규모는 56만 3000명으로 지난 5년간 두 배가 됐는데 이는 곧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윌 프라이스 넥스트프런티어캐피털 창업자는 “성장 전망은 어두운데 인재 확보 전쟁은 여전히 극도로 치열해 인재를 머물게 하려면 매년 8~9%가량 연봉을 인상해야 한다”며 “기업으로서는 양쪽에서 쥐어 짜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지난해 말 메타버스 인력의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했던 메타가 당분간 중간 매니저급 이상의 인력 채용을 중단했다는 소식은 인력 쟁탈전이 심화되는 것보다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테크 기업들의 2분기 이후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침체론을 뒷받침한다. 1분기에 선방한 애플조차 공급망 차질로 인해 2분기에는 80억 달러 규모의 매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 점도 우려를 더했다. 마크 스토클 아담스펀드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에게 그간 기술주는 가장 쉬운 해답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로버트 셰인 블랭크쉐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보다는 강한 대차대조표를 보유한 기업들에 집중하고 있다”며 “금리가 계속 상승세를 보인다면 기술주에 대한 회의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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