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360억 원을 투자한 새로운 설비 운영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4일 경기도 용인 연구개발(R&D)센터에서 만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경기도 광주 본사의 새로운 장비 생산 기지를 이달 처음으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설비는 광주 본사에 구축했다. 용인 R&D센터에서 개발한 최첨단 장비 기술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생산 기지다.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한 이 설비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제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복합 장비 생산 설비다.
총 3층 규모의 설비에서는 연간 디스플레이·태양전지 장비 100여 대, 반도체 장비 2000여 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회사의 기존 연간 생산능력을 가뿐히 뛰어넘는 큰 투자인 셈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주력 사업은 반도체다. 황 회장은 199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D램 반도체 커패시터 제조에 활용되는 증착 장비를 개발했다. 지난 한 해 매출의 83%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나왔을 만큼 반도체 사업이 강세다.
황 회장이 반도체 장비 개발에서 멈추지 않고 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제조 장비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원천 기술’ 때문이다.
데이터를 기억하고 연산하는 반도체 제조 기술을 디스플레이 패널과 태양전지를 만들 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각각 다른 분야지만 기술 확장에 상당히 수월한 것이다. 황 회장은 이를 ‘패밀리 기술’이라고 불렀다.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기술의 원천 기술은 다 똑같다”며 “주성의 원천 기술이 확실한 만큼 3개 사업군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년간 최대 매출인 3773억 원을 기록한 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전망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독보적인 장비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장비 수주를 수차례 따냈다. 5월 초까지 공시된 수주 금액만도 1000억 원을 가뿐히 넘는다.
미래 반도체 기술 대응에도 여념이 없다. 황 회장은 “세 가지 큰 로드맵을 설정해 새로운 원자층증착(ALD)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직 회사 내에서 규모가 작은 태양전지 장비 사업에 대해서도 조만간 ‘퀀텀 점프’를 할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황 회장은 “시장 강자들이 태양광 사업 진입을 멈췄을 때도 주성은 연구를 이어갔다”며 “조만간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최근 반도체 업계를 강타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위기도 혁신 기술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극악한 마비 상황에도 주성엔지니어링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한 1070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기술 없는 기업들은 공급망이 붕괴되면 성장하기 어렵다”면서 “항상 먼저 생각하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해외에 생산 법인을 구축할 생각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여전히 주성엔지니어링 혁신의 주체인 자신과 임직원의 연구 역량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하는 550여 명의 임직원이 2만 명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해외 생산 법인이 한국 생산 기지보다 효율성이 높다면 해야겠지만 혁신의 주체인 나와 임직원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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