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50대인데 치매 검사결과 저와 비슷한 나이 사람들 중에 상위 1%라네요. 5분 만에 간단한 검사로 치매 걱정은 좀 덜었습니다."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바이오코리아 2022'를 찾은 한 관람객은 '룩시드랩스'의 가상현실(VR) 인지기능 검사를 체험한 후 편의성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룩시드랩스는 메타버스 기반 사용자 멘탈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VR 기반 인지 건강관리 코치 ‘루시(LUCY)'를 통해 5분 동안 간단한 게임을 마치면 치매 가능성을 검사할 수 있다. 특히 루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버스에 시스템을 장착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부터 3일간 일정으로 개막한 바이오코리아 2022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메타버스 전문관’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인공지능(AI)·증강현실(AR)·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헬스케어 제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코로나19 펜데믹의 긴 터널 속에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하면서 의료와 헬스케어 영역의 메타버스 기술 대중화가 임박한 모습이었다.
의료인력에 대한 교육을 AR과 VR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뉴베이스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신규 간호사가 임상 훈련을 할 기회가 줄어들자 2020년 말부터 상용화에 속도가 붙었다. 신경계 사정, 재난 중증도 분류, 투약 시뮬레이션, 개인 보호구 착탈의 등 의료 현장에서 필수적인 트레이닝 콘텐츠를 제공한다. 테트라시그넘은 AI 강사가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VR 솔루션을 선보였다. 테크빌리지가 출품한 VR 재활치료 솔루션 '리햅웨어'는 뇌졸중·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환자가 VR기기를 통해 운동·인지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모처럼 오프라인 바이오 박람회가 열리면서 최근 얼어붙은 투자유치에 대한 기대감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재조합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를 연구 개발하는 지뉴인텍은 임상 진입을 앞두고 이날 잇달아 투자사들과 미팅을 이어갔다. 지뉴인텍 관계자는 "요즘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많이 위축되고 지방에서 연구만 하다 보니 유망한 투자사를 못 만나고 있었다"며 "개막하자마자 몇몇 벤처캐피탈(VC)에서 찾아와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 유치를 통한 임상 진입에 기대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도 이번 행사를 통해 프리IPO 등 투자유치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었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팜캐드'는 내년 IPO 전 프리 IPO 투자 유치를 위해 이날 다양한 만남을 가졌다. 팜캐드 관계자는 "회사의 기술을 소개하는 부스에 일찍부터 많은 투자자가 방문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더 좋은 투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규 투자사와 접점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졸중 치료제 임상 1상 승인받은 닥터노아바이오텍이 마련한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내용을 문의하면서 AI 기반으로 한 초고속 약물 스크리닝 시스템에 대한 업무 제휴 제안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코리아는 올해로 17회를 맞는 대표적인 국내 바이오 컨퍼런스다. 올해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보건의료 미래 혁신기술'로 50개국 7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1만 4000명 이상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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