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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부터 전동스쿠터까지…골칫덩이 폐배터리 '무한변신'

◆제주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가보니

전기차 확대에 재활용 시장 주목

니켈·코발트 등 원자재 추출도

센터서 '미래 먹거리' 연구 한창

"검사 제도개선 등 정부에 건의"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내 보관 중인 폐배터리. 사진 제공=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새롭게 주목 받는 시장이 있다. 오래 사용해 주행거리나 충전 속도가 낮아진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폐배터리 시장이다. 초기 대비 성능이 70% 이하로 떨어진 배터리의 성능을 평가해 가로등·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농업용기계용 배터리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매립에 따른 환경 오염이나 화재 발생 우려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새 배터리 대비 절반 이하의 가격에 배터리 제공이 가능하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내 성능 평가를 앞둔 배터리 모듈. 사진 제공=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지난 4일 방문한 제주시 아라동의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폐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바꾸는 고민이 진행 중인 장소다. 국내 전기차 보급률 1위인 제주는 오래 전부터 폐배터리 문제를 고민해오다 2019년 전국 최초로 제주테크노파크 에너지융합센터 내에 이 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2030년 국내에서만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가 2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주도만 보더라도 2만 개가 넘는 폐배터리가 발생해 도내 2000여 가구에서 한 달간 사용하는 전력 용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면적 2457㎡ 규모의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회수한 폐배터리가 쌓여 있는 거대한 선반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폐배터리는 잔존가치, 환경, 안전성 등 평가를 거쳐 재활용·재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이동훈 에너지융합센터 활용기술개발팀장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70~80%는 재사용해 5~10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단위로 구성되기 때문에 성능 평가는 역으로 팩·모듈 단위 순서로 이뤄진다. 먼저 배터리 팩 그대로 재사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약 48시간의 충·방전 검사를 수행한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후 남은 용량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한다. 여기서 팩 자체로 재사용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신재생에너지 연계 ESS나 양식장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중대형 ESS로 활용한다.

제주테크노파크에 폐배터리로 재탄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너지저장장치(ESS)


3개의 팩 검사실 전면에는 모듈 검사 준비장이 마련돼 있다. 그 자체로 재사용이 어렵다고 판단된 팩을 모듈 단위로 분해해 성능 평가를 실시하기 전 이력 관리 등이 이뤄진다. 모듈 역시 평가를 거쳐 5등급으로 분류된다. 이후 골프카트, 전동스쿠터, 가로등·가정용 ESS, 휠체어 배터리 등 소형 ESS에 활용하게 된다.

센터는 2024년까지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의 시험인증과 신뢰성 평가를 위해 12종의 장비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본궤도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안전성 평가기준이나 제주 외 타 지역으로 반출하기 위한 법 규정 마련이 특히 시급하다. 이 팀장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인증시험 대행과 성능·안전성 검사 기준 제도 개선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제주=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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