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만큼, 민간의 고용여력 제고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산업구조 변화에도 선제 대응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11일 지난 4월 고용동향을 분석하며 내놓은 평가다. 기재부가 이처럼 일자리 정책에 대해 자성적인 시각을 내놓은 것이 이례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고용 지표에 대해 “뚜렷한 개선세, 강한 개선세” 등 자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들어낸 재정 일자리에 대해서도 “공공·준공공 부문의 민간 일자리 버팀목 역할”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한 달여 만에 180도 바뀐 것이다.
우선 지난달 고용시장 지표만 보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07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만 5000명 늘어났다. 실업자 수는 86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8만 3000명 감소했다. 15~64세 고용률은 68.4%로 동월 기준 1982년 7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고 실업률 또한 3.0%로 1999년 6월 실업률 기준 변경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별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연령대 없이 골고루 취업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용 훈풍’이 지속될 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세계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또한 4월 고용동향을 분석하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조치, 물가 상승세 지속 등 고용 하방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기재부는 3월 고용동향을 분석하며 “전년동월대비 취업자수가 83만1000명 늘어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뚜렷한 개선세를 시현했다”는 등 자화자찬하는 내용을 적었다. 당시에도 4월 동향과 마찬가지로 공공일자리, 노인일자리 중심으로 늘어났지만 평가는 영 달랐던 셈이다.
이처럼 기재부의 기조가 변경된 배경에는 추경호 신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솔직함’을 강조하는 신조가 자리한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추 부총리은 취임사에서 “진단은 정확하게, 공개는 솔직하게, 판단은 균형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공무원으로서 우리 경제의 좋은 면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결기, 아픈 부분까지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전하고 균형잡힌 토론 속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기조가 민간의 자율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또한 정부에서 재정으로 만들어낸 일자리보다는 민간이 주도해서 만든 일자리를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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