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삼계탕용 신선육에 이어 토종닭 신선육 가격까지 담합한 닭고기 업체들이 또다시 과징금 약 6억 원을 물게 됐다. 토종닭 신선육은 백숙이나 닭볶음탕 등을 만들 때 쓰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토종닭 신선육의 판매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9개 업체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하림(136480)·참프레·올품 등 부당이득의 규모가 큰 6개 업체에 총 5억 9500만 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한다고 12일 밝혔다. 출고량 제한과 판매 가격 인상을 결정한 한국토종닭협회에는 시정 명령과 1억 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0월 종계(종자닭) 담합, 지난해 8월 삼계(삼계탕용 닭) 담합, 올 2월 육계(치킨용 닭)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데 이어 또 한 번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업체별 과징금은 하림 3억 300만 원, 참프레 1억 3500만 원, 올품 1억 2800만 원, 체리부로(066360) 2600만 원, 농협목우촌 200만 원, 사조원 100만 원 등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토종닭 신선육 담합 행위는 2013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4차례 이뤄졌다. 시정 명령을 받은 9개 업체가 각각 최소 1회 이상 담합에 참여했다. 업체들은 도축한 닭(도계)의 시세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13만 4000마리, 7만 5000마리의 토종닭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기로 했다.
토종닭 신선육 판매 가격 산정 요소인 제비용(닭 도축 공정에 드는 여러 경비) 인상과 수율(도축 전 생계 중량 대비 도축 후 신선육 중량의 비율) 인하를 각각 담합한 행위도 적발됐다.
업체들은 사업자 대부분이 가입한 토종닭협회 주관 간담회 및 사장단 회의 등에서 담합을 모의했다. 협회에서 출고량 제한과 판매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 이를 토대로 일부 업체가 모여 담합을 구체화하거나 업체 간 의견을 모은 뒤 협회 결정을 유도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인위적으로 토종닭 신선육 판매 가격을 높이려던 이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토종닭협회가 작성한 수급 조절 결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담합 결과 상당한 수준의 시세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2015년 12월 출고량을 담합했을 때 토종닭 신선육 시세는 1㎏당 1200원에서 두 배 이상인 2500원으로 뛰기도 했다.
토종닭협회는 2011년 12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 총 6차례 토종닭 종계와 종란(종계가 낳은 알)을 감축하기로 하고 2013년 5월부터 2015년 12월 사이 4차례에 걸쳐 토종닭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기로 했다. 2015년 3월 제비용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협회가 결정한 규모의 출고량 제한이 실제로 모두 이뤄진 것은 아니다. 협회는 토종닭 신선육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2012·2014·2015·2016년에 걸쳐 병아리 공급 업체인 한협이 사육 농가에 분양할 수 있는 병아리 수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토종닭 신선육 판매 시장에서 발생한 경쟁 제한 행위를 최초로 적발·제재한 것”이라며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와 이들이 가입된 토종닭협회가 장기간에 걸쳐 가담한 법 위반 행위를 시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육계와 삼계 담합 등을 차례로 제재·시정한 데 이어 토종닭 신선육 판매 시장에서의 법 위반 행위를 시정한 만큼 국민 식품인 닭고기와 관련한 불공정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먹거리·생필품 분야에서 물가 상승 압력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법 위반 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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