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창업주인 구자학 회장이 1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구 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소령으로 전역한 구 회장은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하며 혼맥으로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와 경쟁구도가 형성되자 구 회장은 LG그룹으로 돌아갔다. 이후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 반도체 회장, LG 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하며 LG 그룹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약했다.
그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과 함께 당시에 없던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치약 '페리오'를 개발했다. 1983년에는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를 만들어 국내 화학산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 수출길에 올렸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으며,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굴지의 일본 기업을 제치고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해 화제를 모았다.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해 20여 년간 기업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 원에서 지난해 1조 7408억 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구 회장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미국 유학 중 현지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고 용돈벌이를 했다고 전해진다.
구 회장은 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크다.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다.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렇다"며 아워홈의 성장에 대해서 뿌듯해했다. 그는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게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 씨와 아들 구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현재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6%를,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합산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회사에서도 해임됐다. 현재 구 전 부회장과 세 자매는 6년 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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