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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36조·지방교부금 23조 줄줄이 풀려…"물가에 기름부어"

■59兆 '초슈퍼' 추경…전방위 물가불안 가속화

美긴축에 환율 뛰어 수입물가 들썩

공공요금 인상 자제도 한계 다다라

근로자 '물가 반영한 임금' 요구에

고용주는 제품값 올려 대응 '악순환'

민간경제 전반 활력 떨어질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취임 첫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부터 꾸렸다. TF가 다뤄야 할 현안으로는 물가 문제를 첫손에 꼽았다. 연초 3%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달 5%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상황. 천정부지로 뛴 물가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 전반을 억누를 수 있다는 판단에 서둘러 비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며 36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교부금을 통해 지방으로 향하는 몫까지 더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60조 원에 달한다. 하루 전까지 “물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해 놓고 다음 날 역대 최대 규모의 돈을 시중에 투하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런 엇박자 정책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재부는 물가 인상을 우려하며 추경 규모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공약을 바꿀 수 없다”는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는 것이다. 추경 편성 과정에 관여한 한 정부 인사는 “(정부가 추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나”라면서도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윗선의 뜻이 확고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번 추경으로 59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차적으로 풀린다는 점이다. 당장 추경안이 국회 관문을 통과하면 23조 원의 소상공인 손실 보전금부터 지급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동의 절차가 무난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막대한 자금이 일거에 풀리는 셈이다. 물가 불안에 분할 지급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많았지만 일괄 지급이 결정되면서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추가적인 각종 대출 지원, 23조 원의 지방 교부금도 줄줄이 시장에 대기하게 된다.

이미 5%에 육박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의 초긴축에 따른 고환율 등과 이번 추경으로 풀리는 유동성이 맞물려 물가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05%포인트 인상)’ 행보에 따라 환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 오름세에 수입 물가가 더 오르면 국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정부가 동원해온 물가 안정책의 수명마저 다하고 있어 물가 당국의 고민은 특히 깊다. 연초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물가 상승 폭을 줄이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미뤄왔는데 한국전력을 비롯한 주요 공기업의 적자가 한계에 달한 터다. 유가 인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 역시 반년 넘게 유지하면서 세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기료나 가스 요금, 기름값 인상은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물가 인상의 피해는 서민에게 우선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통제되지 않는 물가 충격이 임금 상승 등 ‘2차 쇼크’를 일으킬 징후마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고용주는 임금 인상분을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해 다시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균형 실업률을 통상 3% 중후반 수준으로 보는데 1분기 실업률은 3.0%를 기록했다”면서 “상대적으로 구직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됐다는 징표로 앞으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2차 쇼크가 현실화하면 물가 안정은 물론 정부가 공언한 경제 반등 역시 요원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업은 높은 인건비에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고물가에 지출을 줄여 민간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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