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최근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에 나선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투자 요구에 화답하고 해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안보·경제 공조를 강조하는 만큼 이를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인 21~22일께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회동, 첨단 산업 시설 시찰 일정을 조율 중이다. ★본지 5월 5일자 1면 참조
12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당국과 전기차 생산 공장 신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장 부지로는 조지아주 서배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신규 공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7과 EV9이 함께 생산된다. 앞서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 3억 달러를 투자해 하반기부터 GV70 전기차와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기간 경기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나 충남 아산 공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롯데그룹도 대미 투자에 팔을 걷어붙였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날 롯데지주(004990) 이사회에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미국 뉴욕주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를 의결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롯데와 시너지를 만들어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4월 미국 현지에서 직접 시러큐스 공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러큐스 공장에서는 총 3만 5000ℓ의 항체 의약품 원액(DS)을 생산할 수 있다. 롯데는 시러큐스 공장에 추가로 투자해 완제의약품(DP)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시설도 세울 방침이다. 또 바이오 제약사가 밀집된 북미 지역 판매 영업을 위해 미국 법인 설립, 10만 ℓ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건설도 구상하고 있다.
한화솔루션(009830)은 한국에서 만든 탑콘 셀을 활용해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미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제품을 양산할 수 있다. 이번 투자로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단일 사업자로서는 최대 규모인 3.1기가와트(GW) 규모의 모듈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합작 투자 제1 공장(얼티엄셀즈)을 8월 중순께 완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올 10월께나 오하이오 공장을 준공해 연말쯤부터 본격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이란 업계 관측보다 이른 시기다.
재계 안팎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도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공장 방문 가능성에 대비한 추가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장을 찾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시설을 안내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최고경영자와 조우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들을 기립시키고 44조 원가량의 대미 투자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신 회장 등을 초청한 취임 만찬 자리에서 “첨단 기술 공급망 복원과 같은 글로벌 현안에서 더욱 실천적인 협력을 강구해 나가겠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새로운 글로벌 전략 공조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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