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네요. 이게 되네요. 다시 모여서 이렇게 같이 노래 부르고 공연하는 게.” (가수 잔나비)
“3년 동안 공연에 오고 싶었던, 콘서트에 오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해주세요!” (가수 아도이)
야외 음악 축제에 함성과 떼창이 돌아왔다.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이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객석 곳곳에서도 환호가 터져나왔다. 흥을 참지 못한 시민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자유롭게 잔디밭 위에서 춤을 추고,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가수가 무대를 내려갈 땐 한 목소리로 ‘앵콜’을 외쳤다.
대규모 야외 대중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가 13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렸다. 봄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해에도 개최됐지만 올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민들은 떼창은 물론 함성도 없이 조용히 자리를 지켜야 했다. 입장 인원도 하루 최대 4000명밖에 받지 않았다. 입장 전엔 자가진단키트 검사가 필수였다. 올해는 입장 인원이 작년의 두 배인 8000명으로 늘었다. 자리에서 자유롭게 일어나 음악을 즐길 수도, 환호성을 지를 수도 있었다.
오랜만에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대규모 음악 축제가 가능해지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쏠렸다. 티켓이 오픈 하루 만에 모두 매진된 것. 이에 주최 측에서는 모두 이틀 일정이었던 행사 기간을 급히 3일로 늘리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 표를 얻기 위해 티켓 판매 시간을 기다렸다가 ‘광클’(미친 듯이 클릭한다는 의미)하거나 대리 구매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동생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채은(29) 씨는 “좋은 자리를 얻고 싶어서 한 사람당 2만원씩 웃돈을 주고 대리 구매를 해 좋은 자리를 연석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며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공연도 즐겁고 날씨도 좋아서 행복하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박 모(21) 씨는 “(티켓 판매) 시간을 딱 기다렸다가 맞춰서 샀는데도 앞자리는 못 구했다”며 웃어보였다.
입장 시작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시민들은 오후 2시 30분부터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한 손에는 돗자리를, 다른 한 손에는 간식거리를 든 채였다. 길게 이어진 대기 줄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수 잔나비 팬이라고 밝힌 이 모(27) 씨는 “잔나비 팬이라 엄마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며 “잔나비가 맨 마지막 순서 공연이라 엄마와 함께 끝까지 무대를 즐기다 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축제나 페스티벌이 열릴 때마다 꼭 참석한다는 장혜린(23) 씨도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처음 페스티벌에 와보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공연장에서 함성소리를 들으니 너무 신난다”고 했다.
흥을 참지 못한 건 관객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 잔나비는 갑자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 안전 펜스를 뛰어 넘어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관객들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소리질러!”를 외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행사 관계자는 “미리 계획된 연출이 아니고, 100% 돌발 상황”이라며 “리허설 때도 관중 속으로 들어가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공연은 큰 충돌이나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많은 사람들이 찾은 만큼 직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였다. 공연장 내부 푸드 존에서는 케밥, 김치말이 국수, 떡볶이 등 다양한 음식을 팔았다. 특히 닭강정, 타코야끼 음식점 앞은 손님들로 북적여 쉴 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이 곳에서 음식을 산 뒤 각자의 돗자리로 돌아가거나 푸드존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간식거리를 즐겼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음식 물량을 넉넉히 준비했다며 웃음지었다. 닭강정을 판매하는 직원은 “3일치 분량으로 1700박스를 준비했다”며 “이 정도면 손님들에게 음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맥주를 판매하는 직원도 “사이다 맥주가 하루에 100박스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다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시민들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번 공연은 야외에서 진행됐지만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규정이 ‘50인 이상이 관람하는 공연’에는 해당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직원이 “함성, 떼창 시 마스크 착용 필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돌아다녔다. 행사 관계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의무”라며 “관객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저희 직원이 가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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