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방부가 “최악의 상황도 생각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7차 핵실험 강행시 다양한 투발 수단에 싣고 쏠 수 있는 한층 경량화·소형화된 핵무기 개발에 경주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과거 일본 나가시키에 떨어졌던 원자폭탄보다 파괴력을 줄여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저위력 핵무기 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당장 임박해서 할 지 수개월 이상 시간차를 두고 진행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남은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16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 재개 동향에 대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핵무기 계발단계는 ‘핵물질 획득 및 고폭장치 개발→핵 폭발장치 제조→핵실험→소형화 및 전력화’로 구분되는데 다양한 유형의 핵탄두를 개발할 경우라면 이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앞서 6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했기 때문에 추가 핵실험 없이 해당 실험 데이터를 컴퓨터시뮬레이션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위력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다만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내부 구조 등에서) 다른 형태의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봤을 때에는 핵실험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단순히 폭발 위력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기폭구조 등을 바꿔 소형화·경량화를 추구하려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도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중 3번 갱도에서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주요 핵관련 연구자들은 3번 갱도가 최대 50kt(1kt=다이너마이트 1,000t 폭발 위력) 규모의 폭발력까지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3번 갱도에서 앞서 핵실험이 진행돼 주변 지반이 약해져 있으므로 최대강도의 절반 이하 정도로 규모를 줄여 소형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전술핵무기 중에서도 폭발력을 크게 줄인 저위력 핵무기 개발에 신경 쓰고 있다고 우리 군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위력 핵무기란 20kt급 위력의 ‘표준 핵무기’보다 폭발력을 줄인 것을 의미한다. 과거 2차 대전 말기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했던 핵무기가 20kt급이었고, 그에 앞서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무기가 15kt급이었다.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할 경우 어떤 구조의 형태로 개발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소형·경량화의 핵심은 기폭장치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준적인 핵무기의 기폭장치는 포신형과 내폭형으로 나뉜다. 이중 포신형이 더 얇게 설계될 수 있어서 소형화에 적합하다. 포신형은 포신 내부에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임계질량(폭발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무게) 미만의 2조각으로 나눠서 서로 약간의 간격을 두고 핵폭탄 내에 장치해 평소 보관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전시에 내부에 장착된 고폭장약을 터뜨려 서로 이격됐던 2조각의 HEU이 결합시켜 임계진량 이상에 이르게 함으로써 핵분열을 유도하게 된다. 이는 핵물질(풀루토늄, 혹은 고농축우라늄) 주변에 고폭장약을 둥그렇게 설치해 유사시 폭발시켜 핵물질 압축으로 핵분열을 일으키는 내폭형 방식보다 제조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북한은 이미 포신형 방식의 핵무기 기폭장치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7차 핵실험을 통해 다른 형태의 소형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면 ‘선형내폭형'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론도 제기된다. 선형내폭형 방식은 기존의 포신형과 내폭형의 중단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미국은 이미 선형내폭형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식 저위력 핵무기 전술을 추종하려 한다면 7차 핵실험을 통해 선형내폭형 핵무기의 기폭장치의 작동안정성 및 성능 등을 확인하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