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절기 전력도매가격(SMP) 상승에는 액화천연가스(LNG) 현물(스폿) 수요 급증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고 이 수요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주택용 LNG 가격보다 발전용 LNG 가격이 비싸고 이 때문에 한국전력의 적자가 누적된다는 서울경제 보도(2022년 5월 13일자 10면)와 관련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채희봉 현 가스공사 사장은 정작 탈원전 정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스공사의 해명은 탈원전 드라이브로 가스공사가 비싸게 발전용 LNG를 사 올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한전이 1분기 8조 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하게 됐다는 의미다. 채 사장은 퇴임을 두 달 여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채 사장을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공소장에 따르면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었던 채 사장은 최상위 에너지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하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에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은 에너지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예상 못 한 논란으로 국정 운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기본계획 수정 없이 8차 전력수급계획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내용을 담았다.
가스공사의 해명처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비싼 LNG 발전 대신 원전 가동으로 SMP 가격을 떨어뜨리고 8조 원에 달하는 한전 적자도 줄일 수 있었다. 한전의 1분기 어닝 쇼크는 한전이 전력을 사는 가격인 SMP가 ㎾h당 180원 50전인 데 비해 한전이 파는 가격인 전력 판매 단가는 110원 40전에 불과한 데 기인한다. 팔수록 손해만 나는 구조다. 월성 1호기의 수명은 원래 올해 11월까지였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성 원전이 조기 폐쇄되면서 가스공사가 한전에 비싼 가격으로 LNG를 팔아 한전의 적자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전이 민간 LNG 발전소에서 전력을 사들일 때 지급하는 돈을 연간 1000억원 가량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올 1분기에 8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본 한전의 경영난을 감안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기료 인상 등 정공법 대신 민간 발전사의 팔을 비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청구서가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며 “퇴행적 에너지 정책의 대가가 혹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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