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테라USD(UST)와 루나(LUNA)의 실패를 인정했지만 테라 프로젝트와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테라 생태계 구축을 위해 비축한 35억달러(약 4조4,94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BTC)이 암호화폐 거래소로 출금된 뒤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에 따르면 LFG가 UST를 지원하기 위해 구매한 비트코인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와 바이낸스(Binance)로 이동했다.
엘립틱은 “LFG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비트코인 8만 394개를 매입했다”며 “이는 약 35억 달러 어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9일(현지 시간) UST의 페깅이 깨지자 이와 비슷한 시기에 LFG와 연동된 주소에서 새로운 주소로 비트코인이 전송됐다”며 “단 몇 시간 만에 5만 2,189개의 비트코인이 제미니에 있는 암호화폐 계좌로 이체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나머지 비트코인 2만 8,205개는 LFG 주소에 남아있었지만, 이는 지난 10일 바이낸스의 계좌로 전액 이동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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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립틱의 공동 설립자인 톰 로빈슨(Tom Robinson)은 “비트코인이 현재 어디에 보관돼 있고 어떻게 사용됐는지가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그 돈(비트코인)을 추적한 이유"라고 말했다.
엘립틱 측은 “LFG가 대량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한 이유는 UST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거래소로 옮겨진 비트코인들이 매각됐는지 아니면 다른 지갑으로 옮겨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블록체인으로 판매 여부를 확인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도형 CEO는 트위터를 통해 “UST 디페깅 기간 중 LFG의 비트코인 사용과 관련된 문서를 작업하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로빈슨 공동 설립자는 “테라가 언제 이 문서를 공개할지 미지수”라며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이 거래소에 들어갔다는 사실뿐”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3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의 향방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거래소로 입금된 비트코인 중 상당수가 처분될 경우 매도압력이 거세져 비트코인이 급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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