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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 에너지·금융주 쓸어담은 버핏

석유주 옥시덴탈 90만주 사들여

쉐브론, 블리자드, 씨티 등도 매입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모습. AP연합뉴스




"다른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탐욕스러워져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오랜 기간 조언해온 말이다. 그리고 버핏은 최근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 말을 실행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의 시장 슬럼프를 기회로 활용해 수십억 달러를 주식을 매입하는데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석유 업체인 옥시덴탈 페트롤륨 90만 1768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월부터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으며 이로써 이 회사의 10대 주주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WSJ은 이외에도 지난 몇달간 버크셔 해서웨이가 석유업체인 쉐브론, 대형 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HP, 씨티그룹, 앨리 파이낸셜 주식을 매입하고 애플 주식 보유량도 늘렸다고 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 주식을 보면 애플을 1556억달러어치 보유해 가장 많이 갖고 있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416억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284억달러, 쉐브론이 259억달러 순이었다. 반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대형은행 웰스파고의 주식은 대부분 정리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는데 주력했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할 만한 회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올 들어 기류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버크셔의 매수 주식은 에너지주에 집중됐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올 들어 16% 내릴 때 쉐브론은 47%, 옥시덴탈은 134%나 폭등했다. 아리엘 인베스트먼트의 루팔 반살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셰브론과 옥시덴탈 투자는 원자재 가격이 일정 기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에드워드 존스의 짐 섀너핸은 버핏이 선호하는 낮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와 주주환원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에너지주라면서 전통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고 배당을 잘 주는 은행주 투자를 늘린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에 30억달러 어치에 달하는 씨티그룹 주식 5500만주를 사들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0년에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은행주를 대부분 처분하며 그해 하반기와 이듬해의 금융주 급등 수혜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매입이 몇달간 계속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매릴랜드대학의 데이비드 카스 교수는 "현재 시장 상황은 버핏이 좋아하는 '스위트 스팟'"이라며 "시장에서 주식이 매도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에 바겐 세일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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