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저마다 ‘당심(黨心)’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만큼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무난하게 의장에 당선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여야 300명 입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마치 야당의 전당대회와 같은 모습을 띠면서 의회주의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작은 5선의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조정식 의원이었다. 조 의원은 15일 국회소통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며 국회의장 출마의 변을 밝혔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젊고 개혁적이며 민주당 정신을 온전히 지켜온 유능한 중진 정치인이 후반기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당파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는 또 다른 의장 후보인 김진표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담겼다. 5선의 김 의원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국회가 민주당 주도로 대한민국이 미래로 전진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민생을 살리는 의정 활동과 개혁 입법을 적극 뒷받침함으로써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앞으로 우리 민주당은 국회를 통해서 꿈과 희망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사법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국정 독주를 해나가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국회 다수당인 우리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호소했다.
국회의장 후보군 중 유일한 4선인 우상호 의원도 1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법률이 보장하는 국회의장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필요한 순간에 망설이지 않고 과감히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의라는 미명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국회를 벗어나야 한다. 충분히 논의하되 합의가 안 될 때는 국민의 선택을 통해 만든 의회 구조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여소야대’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들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주당 강성 당원 모임인 ‘밭갈이운동본부’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를 당원의 손으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반면 당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5선 이상민 의원은 국회의장 출마 선언을 하며 “특정 정파나 계보에 좌지우지되거나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후보들이 앞다퉈 대여 투쟁 기조를 보이면서 의장의 ‘무(無)당적’을 규정한 국회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법 제20조에는 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소속이던 고(故) 이만섭 전 의장이 초당적 국회 운영을 위해 직접 넣은 조항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달 24일 당내 경선을 통해 차기 국회의장과 부의장 후보를 선출한다. 부의장에는 5선의 변재일 의원과 4선의 김영주 의원이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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