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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화·정년연장 등 가시밭길…"사회적합의 모멘텀 찾아야"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

< 4 >노동개혁 고삐 죄어라 - 시험대 오른 尹 정부

  중대재해법 개정·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현안 산적

  노동계 夏鬪서 반발 목소리 쏟아내며 압박 불보듯

  역대 정부 반면교사…사회적 대화 지속 방안 고민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9일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공개했다.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최우선 규제 개혁 분야는 노동 규제(25.2%)였다. 노동 개혁은 같은 설문조사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노동 개혁에 대한 경영계의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경영계의 요구에 화답하듯이 윤 대통령은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 개혁’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 개혁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역대 정부는 노동 개혁을 구호로 내세웠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지난 5년간 노동 개혁은 고사하고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임금, 근로시간, 안전 규제 등 노동정책은 어떤 방향과 목표를 정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영과 근로자의 삶이 좌우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플랜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앞에는 산업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 노동 유연화를 필두로 정년 연장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대립적 노사 관계를 청산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모멘텀을 집권 초기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 핵심 과제는 ‘노동 유연성 확보’=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경제 전문가 200명은 차기 정부 노동 개혁 과제에 대해 ‘임금 유연성 확보’를 41%로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파업시 대체 근로 허용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 개선(33.5%),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노사 관계 안정(26%), 최저임금 안정 및 합리적 제도 개선(24.5%)도 중점 과제로 지목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임금 이외 실행 방안을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노사는 윤석열 정부가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첨예한 이견을 어떻게 풀지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기업들의 중대재해법 준수 어려움을 언급했지만 정작 국정과제에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로 뭉뚱그렸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반발, 여소야대 국면 탓에 법 개정이 쉽지 않아 윤석열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윤 대통령이 필요성을 공감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경영계는 기업과 업종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노동계는 차등 적용이 이뤄지면 최저임금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개정,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첫 단추다. 노동계는 올해 예정된 하투(夏鬪)에서도 중대재해법 개정과 최저임금 차등 도입은 불가하다고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가) 소통 가능한 주제부터 꺼내 들어 ‘한방이 없다’는 지적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며 “민간의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 규제를 혁신하는 게 현재 노동 분야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노동 개혁 성패는 사회적 대화 작동에 달려=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의 성패 여부는 사회적 대화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대립적 노사 관계가 공고하다. 노사는 기존 노동법제를 두고도 각자 불리하다며 정반대로 해석하고 갈등도 심하다. 중대재해법만 하더라도 노동계는 경영계가 바라는 방향의 법 개정에 대해 ‘무력화’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한 노동정책 대부분도 국회 입법을 전제로 한다. 윤석열 정부가 노사 관계뿐만 아니라 인구·산업 변화까지 고려해야 할 정년 연장, 노동 유연화와 같은 대형 노동 개혁 과제를 풀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강력한 의지로 노동 개혁의 고삐를 죄고 노사 간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유도하는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사회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대 정부들은 사회적 대화를 일회성 정책 수단으로만 활용한 후 일방적인 정책을 폈다가 실패한 전례가 많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정책 파트너로 삼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때 ‘9·15 노사정 대타협’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 일명 ‘양대 지침’을 추진하자 협약을 파기했다. 노동계와 가까운 문재인 정부도 막판까지 사회적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민주노총을 복귀시키지 못했다.

박 원장은 “정부가 시행령을 고치는 식으로 할 수 없는 개혁 과제는 노동계와 끊임없이 소통해 개혁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며 “노동계 인사가 윤석열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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