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전쟁의 ‘트리플’ 악재로 주식시장의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한 달 새 770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서 2911억 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움츠러든 국내 투자와 달리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해외 ETF 상품의 순자산(AUM)은 약 10개월 만에 2배 이상 커진 21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17일 펀드 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된 해외 시장 ETF에 최근 한 달 사이 7711억 30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등 국내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은 국내 ETF에서 2911억 4800억 원이 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의 자금이 쏠린 셈이다. 코스피에는 16일 기준 국내 ETF가 362개,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ETF가 191개 상장돼 있다.
ETF 중 해외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졌다. 실제로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ETF에는 1조 9897억 원이 유입됐지만 해외 ETF에는 138% 많은 4조 7384억 원이 몰렸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 11조 2333억 원이었던 해외 ETF의 합계 순자산은 이날 기준 21조 1592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약세장에서도 해외 ETF 및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한 것을 중장기적 상승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중장기적으로 고수익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투자처를 신중히 고르는 모습인데 선택지로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 등 해외 자산이 선택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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