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텐츠 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없었다면 한국전력이 올 1분기 손실액을 1조 5000억원 가량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는 6조원 규모다.
한전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글로벌 연료비 급등으로 올 1분기 7조786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연간으로는 20조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친환경 도그마’에 매몰돼 원전 의존도를 낮춘 이전 정부 정책이, 에너지 정책 외에도 현정부 경제정책 전반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18일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월성 1호기(700MW)를 비롯해 신한울1호기(1.4GW)·신한울2호기(1.4GW)·신고리5호기(1.4GW) 등 총 4.9GW 규모의 원전이 올 1분기 가동 중이어야 한다.
반면 현실은 다르다. 월성 1호기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난 2019년 영구폐쇄됐으며, 나머지 원전 3기는 아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원전의 빈자리는 값비싼 LNG 발전이 메웠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한전의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이들 원전 4기가 이용률 85%로 올 1분기 가동됐다 가정할 경우, 9121G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올 1분기 원전의 발전단가가 1kWh당 62.9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력을 원전으로 생산 시 5737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같은량의 전력을 LNG로 생산할 경우 LNG 발전단가가 223.5원이라는 점에서 2조385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탈원전만 없었더라면 1조4648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했던 셈이다.
한전의 이같은 손실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 한전의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32.9%)과 기획재정부(18.2%) 등 정부이기 떄문이다. 한전은 자구책을 통해 이 같은 손실을 메우려 애쓰고 있다. 한전은 사업비 마련을 위해 올해에만 15조 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의 지난해 누적발행 사채는 전력채(34조800억원)와 회사채(28조1944억원)를 합친 원화사채(62조2744억원)에, 외환사채(11조7642억원)를 더해 74조 386억원에 달한다.
한국전력공사법 16조는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규정했다. 지난해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금액이 45조8928억원이다. 한전법에 따라 올 연내에 ‘회사채 돌려막기’도 막힐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전기료 인상과 혈세투입 두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 전기료 인상은 가뜩이나 물가상승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전 정부가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든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올 1분기 요금 동결을 결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 또한 굳이 지지율 인하로 이어질 ‘전기료 추가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정부 재정을 통한 한전의 손실 보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한전은 2조7,9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 2008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로부터 6,680억원을 지원 받은 바 있다. 한전이 회사채 돌려막기에 실패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경우,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가 한전의 손실 보전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은 거세질 전망이다. 한전의 손실은 박근혜 정부 시절 로드맵대로 에너지 정책이 진행됐을 경우 최소 수조원은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롯이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한전 손실이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탈원전 정책에 대한 문책론이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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