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비은행권의 유동성 현황을 점검하고 외화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원장은 “지난 2년간 전례 없이 완화적이었던 통화·재정정책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교란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가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직면하면서 경기하방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어 그간 걱정하던 ‘퍼펙트스톰’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 비해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편이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21%, 저축은행은 2.5%로 집계됐다. 보험회사의 RBC비율도 2월 말 기준 220.3%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외 변수로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은 사전적 대비에 감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원장은 “단기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경우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우려되는 만큼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유동성 현황, 업권간 리스크 전이 및 시스템리스크로의 확산 가능성 등을 사전에 폭넓게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외환 수급여건 악화, 외국인 자금이탈 등 외환시장 불안요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관리의 적정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며 “비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 등 대체투자 관련 자산에 대해서도 투자손실을 적시에 평가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팬데믹과 전쟁을 계기로 지난 30년간 유지되던 세계화·분업화라는 세계경제의 질서가 약해지고 지정학적 경제 블록화, 공급망 리쇼어링 등 탈세계화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경제 패러다임의 구조적 전환은 추세적인 고(高)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와 함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는 지난 2020년 이후 2년 만에 개최됐다. 금감원은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감독업무에 반영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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