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 진단키트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신속항원검사 중심의 방역체계 변화 등 시장 환경 변화로 각 진단 업체의 제품군과 수출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가 부동의 '원톱'을 굳힌 가운데 유전자증폭(PCR) 제품을 고집한 씨젠(096530)을 비롯해 아이센스(099190)·바이오니아(064550)·녹십자엠에스(142280) 등은 실적 순위에서 밀려난 반면 엑세스바이오(950130)·휴마시스(205470)·랩지노믹스(084650)·수젠텍(253840) 등은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18일 서울경제가 올해와 지난해의 진단키트 업계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주요 10개 기업의 매출 총액은 3조33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1%나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조5371억 원으로 49.9% 증가했다.
10개 진단기업들의 올 1분기 매출 순위는 에스디바이오센서 1조 3884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더욱 굳건히 했다. 2위는 지난해 1분기 매출 3위였던 엑세스바이오가 8060억 원의 매출로 2위였던 씨젠을 밀어냈다. 자가진단 수요 급증에 수익성이 좋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며 실적이 껑충 뛰었다. 엑세스바이오는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확보해 매출 92%가량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씨젠은 4515억 원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1,000억 원 가량 늘었지만 성장세에서 밀렸다. PCR에 집중하느라 자가진단 수요를 잡지 못 했고, 연구개발(R&D) 투자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된다. 4위는 지난해 9위였던 휴마시스(3263억 원)가 차지했다. 휴마시스는 올 1분기 매출 32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510% 증가해 지난해 전체 매출을 훌쩍 넘어섰다. 5위는 지난해 7위였던 랩지노믹스(796억 원)가 약진하며 이름을 올렸다. 수젠텍도 10위에서 올 1분기 7위까지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1분기 4위를 차지했던 아이센스, 5위였던 바이오니아는 5위권 밖으로 밀렸다. 또 녹십자엠에스 8위→9위, 바디텍메드(206640) 6위→10위로 상대적으로 순위가 뒤쳐졌다. 업계 관계자는 “델타 변이에 비해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PCR보다 자가검사키트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들이 올 1분기 약진했다”며 “특히 해외 판로를 확보한 진단기업들의 매출 상승이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에스디바이오센서(6196억 원), 엑세스바이오(3874억 원), 휴마시스(2032억 원), 씨젠 (1997억 원), 랩지노믹스(504억 원) 순이었다. 지난해 2위였던 씨젠은 올해 4위로 내려 앉았고, 3위였던 엑세스바이오는 2위로 뛰어 올랐다. 4위였던 바이오니아는 5위권 밖으로 밀렸고, 랩지노믹스는 5위를 유지했다. 올 1분기 10개 진단기업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가량이나 늘었지만 개별 기업별로는 큰 차이가 난 것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업이익률 순위는 수젠텍 65.8%로 1위에 올랐고 랩지노믹스(63.3%), 휴마시스(62.3%)도 60%대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이어 엑세스바이오가 48.1%, 에스디바이오센서가 44.6%, 씨젠이 44.2%로 중위권을 형성했다. 바디텍메드(23.6%), 바이오니아(16.9%), 아이센스(14.2%) 등은 20%대 영업이익률로 상위권과 차이를 보였고 녹십자엠에스 7.1%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진단키트로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신속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거나 진단사업을 고도화하는 등 앞으로 변화할 사업 환경의 돌파구를 찾아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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