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첫 칼날이 천문학적인 피해자를 양산한 국산 암호화폐 ‘루나’ 폭락 사건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인 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4개월을 앞둔 검찰이 수사력을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혐의 입증과 관련 법 적용 등이 쉽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루나와 테라USD(UST) 코인 투자자 5명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신현성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테라폼랩스 법인 사건을 20일 중 합수단에 배당할 예정이다. 합수단은 고소장 내용을 토대로 사건이 검찰의 직접수사권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과거 금융·증권 범죄 사건을 통틀어도 전례 없는 수준의 피해액을 발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일주일 만에 약 450억 달러(57조 7800억 원)가량의 손실액을 기록했고 피해자만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김종복 대표 변호사는 이날 남부지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단 다섯 분에 대해서만 고소를 했지만 현재 국내외 피해자들로부터 굉장히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며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인 만큼 과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금융 수사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합수단에서 잘 조사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루나 사태가 합수단의 ‘1호 사건’으로 중량감은 충분하나 수사 측면에서 애매한 구석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부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상당히 많고 정치 관련 부분도 없다는 측면에서 합수단이 다룰 여지가 있다”면서도 “아직 가상자산은 자본시장 내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고 수사에 착수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고민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테라폼랩스 측이 루나와 UST의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고소인 측은 “(투자자 유치 전) 알고리즘상의 설계 오류 및 하자에 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을 기망한 행위”라며 “신규 투자자 유인을 위해 ‘연이율 19.4%’의 이자 수익을 보장한 것도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허환준 금융규제총괄팀장(변호사)은 사실관계가 면밀하게 분석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만약 코인 발행사 측이 과도한 손실 가능성이 있는 사실을 숨기고 불안정한 알고리즘을 안전한 것처럼 판매한 사실이 입증되면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허위·과대 광고의 인정 여부가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합수단의 전문 분야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테라폼랩스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는 점도 수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허 팀장은 “루나와 UST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증권형 토큰과 달리 직접 적용될 수 있는 법제도 자체가 없다”며 “자본시장법을 직접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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