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새로운 정기 구독 요금제를 선보이며 게임 구독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1만 원 가량의 월 구독료를 내면 ‘호라이즌 제로 던 ’ 등 유명 지식재산권(IP)을 비롯해 600여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의 Xbox가 60% 이상 점유한 게임 구독 시장에 콘솔 게임 부동의 1위 사업자인 소니가 뛰어들며 지각변동이 점쳐진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오는 24일부터 새로운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PS Plus)’ 요금제를 선보인다. 이 요금제는 같은 이름의 기존 정기 구독 서비스와 스트리밍 서비스
‘PS Now’를 통합해 확대 개편한 것으로 △에센셜 △스페셜 △프리미엄·디럭스의 3개 등급으로 세분화했다. 스페셜 요금제는 최대 400개, 프리미엄 요금제는 약 700개에 이르는 게임 라인업을 제공한다.
사실 소니는 그간 게임 구독에 소극적이었다. 기존에도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지만, 매월 2~3개의 무료 게임을 배포하는 수준에 그쳐 ‘무늬만 구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선 소니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이미 확보한 만큼 게임 구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단한다. 암페어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소니는 전체 콘솔 게임시장(72조 8000억 원) 중 46%을 차지하며 2위 MS(25%)를 압도적인 차이로 눌렀다. 기존 정기구독 서비스의 회원도 올해 3월 기준 4740만 명에 달한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MS X박스의 ‘게임패스’ 구독자(2500만 명)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MS가 올해 초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무려 82조 원에 인수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식재산권(IP) 역시 게임패스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 오브 더 듀티’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초대형 IP를 여럿 보유한 회사다. MS가 게임패스를 통해 흥행 IP를 독점 제공할 경우 소니의 아성도 위협당할 수 밖에 없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앞서 ‘베데스다’ 등 유명 게임 개발사가 다수 포함된 ‘제니맥스 미디어’도 합병하며 IP를 다수 확보했다는 사실도 소니에겐 큰 부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MS와 달리 소니는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게임 부문에 의존한다”며 “생존을 위해선 구독 서비스 확대라는 견제구를 던져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앞으로 게임 구독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MS는 지난 2017년 100개 이상의 게임을 월 9.99달러에 제공하는 Xbox 게임패스를 내놨다. 지난 2020년 1000만 명이던 회원은 지금 2500만명까지 늘었다. 현재 스트리밍 기반 게임 구독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60% 이상에 달한다. 빅테크인 아마존과 구글도 각각 ‘루나’와 ‘스타디아’로 시장에 진출했지만 자체 IP가 부족한 탓에 별다른 성과 없이 고전 중이다. 반면 소니의 경우 올 초 인수한 번지 스튜디오의 ‘데스티니’를 비롯해 ‘언차티드’ 등 상당 수의 자체 IP를 확보한 만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편 콘솔 ‘양강’이 공격적으로 게임 구독 서비스를 늘리면서 올해부터 콘솔 시장에 본격 데뷔할 예정인 국내 게임사들도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부족해 초반 모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만약 소니와 MS의 구독 서비스에 올라탄다면 홍보 효과는 물론 해외 이용자들의 유입 효과까지 덩달아 누릴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스컬’을 지난 2월 Xbox 게임패스를 통해 출시한 네오위즈 측은 “게임패스 입점 후 신규 유저가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증대되는 효과를 누렸다”며 “게임패스에 입점한다는 것 자체가 게임성을 인정받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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