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른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에 시동을 건다. 스타트업이 첨단 칩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고가의 칩 설계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키운다는 목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하로 운영 중인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ICS) 연간 예산을 2배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정부가 투자해 문을 연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 연간 예산은 약 60억 원 이었다. 새 정부는 내년부터 120억 원 규모 예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인수위에 제출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대한 건의 사항을 반영해 정부가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예산이 확정되면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는 생태계 조성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우선 이 센터의 공간을 기존 200평 규모에서 약 6배 확대한 1200평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개 칩 설계 스타트업이 이 공간 안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유롭게 칩 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 예산 확대에 따라 고가의 실험 장비를 들여오거나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규모도 확대할 예정이다.
설계 프로그램 지원 사업도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간 스타트업들은 칩 설계에 필수인 프로그램(EDA 툴) 가격이 수억 원대에 달해 큰 부담을 느껴왔다. 센터는 특정 권역 내에서는 자유롭고 저렴하게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버 인프라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예산 확대를 신호탄으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요즘은 총으로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로 전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대한민국을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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