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유전자 치료제(Cell & Gene Therapy·CGT)가 질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각 국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기업들도 인수합병(M&A), 설비투자 확대,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CGT 분야 투자 금액은 240억 달러로 2020년의 188억 달러 대비 27.7% 증가했다. 투자 형태 별로는 인수합병(M&A)이 2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벤처캐피탈(VC) 투자 67억 달러, 기업공개(IPO) 25억 달러, 라이선싱(licensing) 16억 달러 등 순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가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은 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GT 시장 규모는 74억 70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앞으로 연평균 49.1%의 성장률을 바탕으로 2026년에는 555억 9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세포·유전자 치료제 중에서도 면역함암제 부문이 CGT에 미래를 걸고 있다. 특히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치료제에 연구와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CGT 방식 약제를 포함한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은 2021년 603억 2000만 달러에서 2022년 705억 9,000만 달러로 17.0%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김지운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연구원은 “올 4월 기준 1200개 이상의 세포 기반 면역항암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세포 기반 면역항암제 임상 시험이 항암제 임상 전체의 60%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많은 임상이 CAR-T를 대상으로 하며 감마델타 T세포, NK세포, 마크로파지, TIL 세포치료제로 등으로 확대되고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도 M&A·설비확대·기술협력 등 전략으로 CGT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5억 2000만달러(약 1조 9000억 원)였던 CGT 위탁생산개발(CDMO) 시장은 연평균 31% 성장해 2026년 101억 1000만 달러(약 12조 8000억 원)로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전략 중 M&A 분야에서는 롯데그룹이 주목된다. 롯데는 이달 말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소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약 2000억 원에 인수했다. 앞으로 10년 간 약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 세계 톱10 CDMO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롯데의 청사진이다. 앞으로의 투자 중 CGT 분야 M&A는 반드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GC셀은 최근 미국 CGT CDMO 기업 바이오센트릭의 지분 100%를 약 900억 원에 인수했다. 앞서 SK팜테코는 지난해 3월 프랑스의 같은 분야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CJ제일제당(097950)도 네덜란드 소재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약 76%를 지난해 사들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포스트 코로나 성장전략으로 CGT CDMO 사업을 언급하고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설비를 확장한다. 올 하반기 25만6000리터로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인 4공장을 부분 가동한다. 송도 11공구에 현재 부지보다 더 큰 35만㎡의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 추가 매입도 진행 중이다. 차바이오텍의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최근 텍사스주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설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500리터 용량의 바이오리액터와 글로벌 수준의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CGT 기술 확보도 활발하다. 종근당은 CGT CDMO 기업 이엔셀과 전략적 투자 및 글로벌 혁신신약 공동연구를 위한 전략적 양해 각서(MOU)를 최근 체결했다. 두 회사는 CAR-T, AAV 기반 바이러스 제품과 같은 첨단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 프로세스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과 영국 아박타와 합작해 설립한 아피셀테라퓨틱스는 세포배양 배지 선도기업인 엑셀세라퓨틱스와 ‘유전자도입 줄기세포 치료제(AFX 플랫폼 적용) 맞춤형 배지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삼성서울병원이 이연제약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일선 병원들도 기술협력에 나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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