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 자택에 걸린 그림과 동일한 장애인 화가의 작품을 전시해 주목을 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성격이 드러나는 동시에 소외 계층에 대한 포용을 강조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진을 통해 공개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 집무실에는 파랑·노랑·빨강 등의 원색이 큰 면을 차지하고 그 속에 자잘한 글씨가 적힌 장애 화가 김현우(작가명 픽셀 김) 씨의 작품이 걸려 있다. 시선이 집중되기 좋은 양국 국기대 바로 옆에 그림이 배치됐다. 집무실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봤고 윤 대통령이 직접 그림의 의미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윤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에 걸린 그림의 주인공이다. 김 작가는 다운증후군을 극복하고 화가가 됐다. 지난해 5월 20일 윤 대통령이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 검찰총장 사퇴를 선언한 후 정치 입문을 고민하며 잠행하던 때 강남구 신한갤러리를 방문해 개인전을 관람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선명하고 밝은 색감의 바탕 위에 임의로 쓴 수학 공식 혹은 음표를 통해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내는 게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김 작가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한 시간가량 전시를 관람한 뒤 작가 측에 연락해 작품을 구입했고 자택에 설치했다.
윤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에는 청와대 소장품이자 고(故) 유산 민경갑의 작품인 산수화가 걸려 운치를 더해왔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 친구의 아버지가 민 화백이다.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화가일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도 대작이 다수 걸려 있다. 하지만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는 유독 김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및 22일 진행한 청와대 열린음악회 등의 다양한 행사에서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한편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21일 저녁 한미 정상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관람에 동행했음에도 한두 걸음 뒤에서 따르며 ‘조용한 내조’에 주력했다. 김 여사는 현대미술과 관련해 해외 거장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기획했고 일각에서는 전시를 직접 안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고미술인 박물관 유물에 관해서는 ‘전문가 존중’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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